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일 오전 제13대 시장 취임식을 마친 뒤 호우대비 상황점검을 위해 첫 현장방문에 나선 가운데, 광산구 송정배수펌프장에서 펌프장의 운영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시장이 518m 상징탑과 청계천식 광주천 조성 등 과거 개발주의 시대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관치주의 시대의 산물인 시장 관사가 4년만에 부활한 것도 시정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는 징표로 꼽힌다. 이 시장은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나와도 ‘생각의 틀’을 바꾸지 않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 시장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광주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광주천을 아리랑 문화물길로 조성해 아시아문화전당, 양림동역사마을, 양동시장과 연계해 핫플레이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광주천 남광주사거리부터 중앙대교까지 서울 청계천 방식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천 아리랑 문화물길은 광주시가 2011년 자매도시인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리버워크(River Walk)를 본 따 추진하려고 제5차 관광개발계획안에 포함시켰다가 흐지부지된 ‘리버워크길’과 유사하다. 물과 숲이 풍부한 샌안토니오시는 4㎞의 리버파크가 있는 환경도시로 유명하지만, 건천화로 한 해 20억원씩을 들여 영산강 물을 하루 8만~10만t씩 공급받는 광주천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높다. 광주환경운동연합과 광주전남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3일 “청계천 방식을 광주천에 끌어들이는 것은 광주천을 회생불능의 인공하천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시는 2016년 환경부 물순환 시범사업 도시로 선정돼 2020년까지 빗물침투시설 등을 설치해 지하로 스며든 빗물이 광주천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물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입안중이다. 사진은 광주천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혁신위원회 안엔 광주정신(5·18)을 상징하는 518m 높이의 타워를 건설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2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법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해 건설하면 된다. 518m타워를 세우면 왜 광주정신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느냐? 이제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승효상 건축가는 “랜드마크식으로 짓는 것은 모든 것을 단일화시키는 것으로 민주주의적 발상이 아니어서 광주정신에 맞지 않는다. 어떤 인공물도 광주정신의 고귀한 뜻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윤장현 전 시장이 2014년 취임하자마자 없앴던 관사를 4년만에 다시 부활시켰다. 이 시장은 시가 그의 당선자 시절 3억2000만원을 주고 계약한 아파트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울산·대전·인천시는 시장 관사가 없고, 오거돈 부산시장은 관사를 시민에 개방할 방침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관사 부활은 반칙과 특권을 없애자는 촛불민심에도 배치한다”고 비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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