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소방본부가 119신고전화 접수요원들의 직무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119상황접수 요원 보호 대책 매뉴얼’을 펴냈다. 사진은 매뉴얼 표지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각종 언어폭력과 악성 민원 등에 시달리던 강원도 소방관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119신고전화 접수요원들의 직무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119상황접수 요원 보호 대책 매뉴얼’을 펴냈다고 5일 밝혔다. 지역 소방본부 차원에서 119상황접수 요원을 위한 보호 매뉴얼을 펴낸 것은 강원도가 처음이다.
그동안 119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신고전화 접수요원들은 언어폭력과 성희롱 발언, 억지·장시간 통화, 단순주취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예를 들면 “집 문이 잠겼으니 담을 넘어 문을 열어 줄 소방관 좀 보내주세요”, “기르던 개가 집을 나갔으니 찾아주세요”, “현금인출기에서 카드가 빠지지 않아요”, “화장실 문이 잠겼으니 문을 열어주세요” 등 사연도 다양하다. 강원도소방본부가 2015~2018년 사이 신고전화 접수요원들의 정신건강 검진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접수요원의 13%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장애를 겪는 접수요원도 25.7%에 이른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김형도 종합상황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별도 티에프를 꾸려 매뉴얼을 만들었다. 언어 폭력시 1단계로 중단을 요구하고 그래도 계속되면 2단계로 언어폭력 녹음 사실을 고지, 3단계로 민원 응대 불가능을 설명한 뒤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그동안은 별다른 매뉴얼이 없이 소방관 개인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응대를 해야 했다.
이흥교 강원도소방본부장은 “신고자가 처한 응급상황을 전화 목소리만으로 침착하게 판단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접수요원들은 항상 감정을 절제하고 신고자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직무특성이 있다. 매뉴얼 발간뿐 아니라 감정노동 직무 스트레스 경감 프로그램 등 접수요원 보호조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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