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현직 경찰 간부가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취업을 미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전 노동조합 간부의 도피행각을 도운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중이다.
9일 광주지방경찰청 쪽의 말을 종합하면, 경찰은 기아차 광주공장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29명으로부터 19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구속한 전 노조 부지회장 황아무개(48)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 및 은닉)로 김아무개 전남 여수경찰서 경정을 조사중이다.
김 경정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여수에서 원룸을 얻어 도피 중이던 황씨를 돕고, 도피사실을 숨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경정은 대학 친구인 황씨를 대신해 도피장소로 사용한 원룸을 직접 얻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김 경정은 황씨와 수차례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한 뒤 황씨 행방을 추궁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 경정이 황씨의 수배사실을 알면서도 황씨를 도왔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중이다. 김 경정은 이에 대해 “황씨가 수배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친구여서 도와준 것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잠적하고 서울·순천·목포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지난 1월 여수에 원룸을 얻어 은둔했다. 황씨는 경찰이 지난 5월 배포한 수배전단을 보고 황씨의 얼굴을 기억한 한 시민의 제보로 7개월 만에 붙잡혔다.
황씨는 노조간부 신분을 이용해 기아차 광주공장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피해자 29명한테서 3000만~1억5000만원씩 모두 1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지인에게 취업 희망자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친척과 이웃까지 속여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황씨는 피해자가 돈을 달라고 요구하면 다른 피해자한테서 돈을 받아내서 돌려주는 방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추가조사를 거쳐 황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구조적인 채용비리가 있었는지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황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은행계좌 분석 등을 통해 황씨에게 돈을 주고 실제 채용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조사중이다. 앞서 경찰은 전직 기아차 노조 대의원 소아무개씨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 김아무개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해 왔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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