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마을 주민들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마을 곳곳에 고양이 벽화와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효자1동사무소 제공
“길고양이와 주민 모두가 함께하는 마을을 꿈꿉니다.”
길고양이로 몸살을 앓던 마을이 길고양이와 ‘전쟁’ 대신 ‘공생’을 택했다.
강원 춘천시 효자1동 담작은도서관 주변 골목을 걸어보면, 곳곳에서 홍비와 홍시 등 고양이 벽화와 조형물 등을 만날 수 있다. 홍비와 홍시는 춘천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구름빵>의 주인공으로 고양이를 의인화한 캐릭터다. 담작은도서관을 조금 벗어나면 홍비·홍시뿐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만든 고양이 조형물 90여점이 낡고 좁은 골목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효자마을 주민들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마을 곳곳에 고양이 벽화와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효자1동사무소 제공
주민들이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둔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효자마을은 춘천의 옛 도심으로 낡은 빈집이 많아 길고양이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서식하고 있다. 먹잇감을 찾지 못한 길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뒤지거나 물어뜯어 악취가 진동했고, 울음 소리 등으로 인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마을에선 길고양이를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과 먹이 주기 등을 통해 보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주민들은 중성화수술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길고양이와의 공생을 모색하기로 뜻을 모았다. 음미경 효자1동사무소 총무담당은 “길고양이 문제는 도심 공동화와 고령화에 따른 빈집과 홀몸노인, 집고양이 유기 등의 문제가 얽혀있다. 결국은 사람 때문에 빚어진 문제”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구름빵> 주인공 벽화사업을 시작했다. 올 상반기엔 주민 85명이 참여해 벽에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난해 말에는 고양이 주제 그림 전시회 <고양이가 좋아>, <고양이라서 고마워> 등을 열었으며, 지금은 길고양이 인식 개선에 함께 힘쓰고 있다.
효자마을 주민들이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마을 곳곳에 고양이를 주제로 한 벽화와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효자1동사무소 제공
주민들은 지난 3월부터 십시일반 돈을 모아 노인들이 관리하는 급식소도 운영하고 있다. 주민 김경인(58)씨는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쓰레기봉투 훼손 문제 등이 해결돼 고양이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갈등도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인호 효자1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 반응도 좋고, 고양이 관련 민원도 현격히 줄고 있다. 춘천시에 건의해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