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16일 오전 졸업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촬영 현장은 경기도교육청 방송 프로그램인 ‘레알 스쿨’을 통해 공개됐다. 경기도교육청 유튜브 갈무리
재치있는 패러디와 재미있는 분장으로 화제를 모아온 경기도 의정부고등학교 3학년 졸업사진이 올해는 군사분계선을 재현했다.
16일 경기도교육청 방송 프로그램인 ‘레알 스쿨’을 통해 공개된 졸업사진 촬영현장에서 학생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함께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과 2016년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해 립밤을 바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 등을 선보여 시사 풍자의 맥을 이어갔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스켈레톤 영웅 윤성빈 선수를 비롯해 게임, 드라마, 광고, 영화 속 주인공 캐릭터가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3학년 학생들은 대학입시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며칠씩 공들여 분장하는 등 친구들과 추억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캐릭터 분장을 한 학생은 “캐릭터가 들고 있는 망치를 만드느라 이틀 밤을 꼬박 새웠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 캐릭터를 패러디한 한 학생은 “상반신 노출을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근력 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은 2009년부터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분장으로 눈길을 끌었고, 인터넷상에서 이슈가 되면서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대통령과 정치인 분장을 통해 보여주는 촌철살인의 시사 풍자로 “웬만한 시사만평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경기 의정부고 학생들이 졸업사진 촬영에서 군사분계선을 넘는 남북정상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정치풍자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 보수단체가 명예훼손으로 문제를 제기해 일부 교사와 학생들이 경찰 조사를 받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탄핵,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았지만 졸업사진에서 정치 풍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학교 쪽은 올해도 미리 학생들에게 촬영 콘셉트를 제출받고, 지난주 학생회·교직원 회의를 통해 지나치게 선정적인 아이템을 금지했다. 대신 올해는 처음으로 경기도교육청 방송을 통해 졸업앨범 촬영 현장을 공개했다.
이 학교 학생회장 김예성(18) 군은 “정치나 사회 현상을 재미있게 표현하다 보니 기존 사회문화를 바꿨다는 평가와 함께 사랑을 받은 것 같다. 입학할 때부터 졸업사진을 뭘 찍을 건 지 고민하는 등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 하지만 트랜드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촬영일에 임박해서 회의를 통해 무엇을 찍을지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촬영 장면은 경기도교육청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볼 수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