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카메라 가방을 메고 대문을 나섭니다. 연못의 아침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연못의 사계절 새벽이 빚어내는 청정한 대기가 내 마음을 맑게 해줍니다.”
40년간 매일 전주 덕진공원에 나와 사진을 찍은 사람이 있다. 김영채(71) 사진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완장없는 덕진연못의 지킴이인 그가 강산이 4차례 바뀐 기간 동안 발품을 팔은 기록을 공개한다. 이달 17~31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 한국전통문화전당 기획전시실에서 사진전 ‘전주8경-아름다운 연꽃밭 이야기’가 열린다. 한벽청연(한벽루) 등 전주8경 중의 하나인 덕진연못의 ‘덕진채련’은 전주의 대표적 명소 중의 하나다. 그의 기록 5만여점 가운데 180여점을 계절별로 선보인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덕진공원 근처에 살면서 덕진공원의 사계절과 함께 성장했다. 덕진공원에 자생하는 연꽃을 다양한 각도로 카메라에 담아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기록했다. 1978년 우연히 전주8경에 덕진연못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때부터 꾸준히 연못의 사계절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동안 전국의 이름난 방방곡곡을 누비면서도 마무리는 덕진연못에서 했다고 그는 고백했다.
30대 때부터 한국사진작가협회 전북도지회장과 전주지부장 등을 지내며 전북지역 사진계 관련 행사를 도맡아 준비했고 다수의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세계를 단독으로 오롯이 내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이어 2차 전시는 8월3일부터 9일까지 덕진공원안 시민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주 덕진연못의 사계절을 기록한 김영채 사진작가.
김 작가는 “공원 입구에 있던 철도와 민가, 육군 35사단 관사 등이 사라지고 새로운 기념물이 생기는 등 시대와 환경에 따른 변화도 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처음에는 사진 찍는 게 좋아서 몰두했는데 되돌아보니 덕진공원이 역사가 됐다. 역사를 이어가기 위해 매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사진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 서로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감정을 구속하지 않기 위해 웬만하면 작품에 제목을 붙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예총 전북연합회장을 역임한 김 작가의 지인 김남곤 시인은 “연꽃밭에 사는 향 맑은 연꽃예술가인 김 작가는 연꽃에만 탐닉한 작가가 아니라, 덕진연못의 시설물과 자연환경 보전에도 관심이 많은 파수꾼”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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