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상륙기동헬기(MUH-1) 1대가 추락해 승무원 6명 가운데 5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한 경북 포항 남구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17일 사고가 난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은 정부가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개발한 첫 최첨단 국산 헬기 ‘수리온’(KUH-1)을 해병대에 맞게 개량한 모델이다.
국산 상륙기동헬기 개발은 한국군의 숙원이었다. 지난 1월 처음으로 국산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을 도입하기 전까지 해병대는 한-미 연합작전에서 쓰이는 미군 상륙기동헬기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해병대는 지난 1월10일 마린온 1호기와 2호기를 인수했고, 이번에 추락한 헬기는 2호기로 알려졌다. 해병대는 마린온 도입으로 해병대가 독자적인 상륙작전 반경과 기동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중장)은 “우리 해병대가 다시 날개를 달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러나 ‘해병대의 날개’는 도입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6명의 장병을 희생시킨 헬기로 기록되게 됐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시험비행 이유에 대해 한 해병대 관계자는 “비행 시간이 오래되거나 장비 결함이 있을 때 시험 비행을 한다. 또 특별한 문제가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정비와 시험 비행을 통해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헬기 추락은 엔진 고장 등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비행기록장치를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정조종사는 미국에서 시험비행학교를 수료하고 3300시간을 비행한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은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기체와 엔진 결함이 있었고, 이 때문에 사고가 잇따랐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리온 헬기를 기반으로 해상용에 맞게 개조, 개발한 헬기인 마린온에도 역시 같은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해병대의 한 관계자는 “수리온의 결함 문제는 해소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17일 오후 4시45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과 같은 기종의 헬기. 지난 1월 해병대 1사단 항공대가 인수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마린(바다)+수리온’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으로 개발된 ‘마린온’은 길이 19m, 높이 5m, 너비 3.5m이며 최대 순항속도는 시속 265㎞다. 탑승 인원은 9명이며, 7.62㎜ 기관총 2정으로 무장돼 있다. 마린온은 해상·함상 운용에 최적화돼 있는데, 장거리 통신용 무전기, 전술항법장치(TA-CAN), 보조연료탱크 등을 갖추고 있다. 함상 운용이 쉽도록 접이장치도 있고, 부식을 방지하는 기체 방염 장치도 적용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육군의 노후 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1조3천억원을 들여 다목적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발했다.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수리온을 바탕으로 개량한 기동헬기인 마린온과, 경찰청 헬기, 의무후송 헬기, 산림청 헬기, 소방헬기 등을 개발했다.
한국에서 수리온 헬기와 이를 개조한 헬기가 추락해 인명 피해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 조종사가 숨진 헬기 추락 사고는 지난해 1건, 2016년 3건, 2015년 1건, 2014년 1건, 2013년 2건, 2012년 1건, 2011년 3건, 2010년 1건 등이다.
김일우 노지원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