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을 비롯한 4개 교육청이 공동제작한 역사책 중에서 고교용 <주제로 보는 한국사>(왼쪽)와 중학교용 <주제로 보는 역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중·고 한국사 국정교과서에 맞선 대안 교과서 성격의 ‘역사교과서 보조교재’가 만들어졌다.
전북도교육청은 중·고 역사교과서 보조교재가 제작 완료돼 이달 초 일선 학교에 보급했다고 20일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응하기 위해 전북과 강원, 광주, 세종교육청 등 4개 교육청이 공동제작에 착수한 지 2년6개월만이다.
보조교재는 중학교용 <주제로 보는 역사>, 고교용 <주제로 보는 한국사> 등 2권이다. 각각 263쪽과 395쪽 분량으로 중2, 고1 학생에게 보급했으며, 학교에서는 2학기부터 자율적으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교수 13명, 교사 22명 등 모두 35명이 참여해 원고 집필과 검토, 수정, 심의 과정을 거쳤다. 중학교용 교재는 8개 영역, 36개 주제와 지역사 영역, 13개 주제로 꾸려졌고, 고교용 교재는 7개 영역, 80개 주제와 지역사 영역, 11개 주제로 구성됐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20일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개 교육청이 공동제작한 중고교 역사교과서 보조교재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임근 기자
이 책들은 애초 국정교과서에 대응한 대안 교과서의 성격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원 퇴진으로 지난해 5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철회되면서 기존 교과서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만들었다. 지금의 교과서가 역사적인 사건을 시대순으로 기술하는 편년체인데 반해, 인권과 평화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역사적 맥락을 해석한 게 특징이다. 또 기존 교과서가 중앙집중적인 시각이어서 지역의 역사를 배제한 것을 보완해 각 교육청별로 해당 지역의 역사를 함께 담았다. 더욱이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원의 관점에서 역사를 들여다본 것도 차별성이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추가로 초등학생용 역사 보조교재를 편찬해 내년부터 학교에 보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학생들이 이 교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단편적으로 기억하기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시대적 문제를 인식하고, 사회와 구성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 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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