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환경부에 역학조사를 원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환경부가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 원인을 찾으려고 진행하는 역학조사가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있었던 역학조사 중간보고회의 내용이 암 발병의 원인을 찾는 데 있지 않고, 7개월여 동안 진행한 일방적인 조사과정에 대한 설명에 그쳤다.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최종 조사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의뢰를 받아 역학조사를 맡은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지난 18일 익산시청에서 주민 30명과 전문가만 참여시킨 중간보고회를 열어 그동안 진행과정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장점마을에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청정지역보다 최대 5배 검출됐다는 것이다. 마을 주변 비료공장에서 500m 떨어진 지점의 1년생 소나무 잎에서 PAHs가 307.4ng/g이 나왔다. 이는 비교 평균지역 부안의 64ng/g 보다 5배 정도 높은 수치다. 또 주민들의 면역력이 다른 지역보다 30% 가량 떨어졌다고 조사됐다.
발암물질 실태는 확인됐지만 주민대책위는 “암 발병의 원인지로 의심되는 비료공장과의 연관성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며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조사 내용에 반발하고 있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조사과정에 주민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중간보고회 이전까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며 조사과정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오는 27일 주민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조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설 예정이다.
2001년에 들어선 비료공장이 500m 가량 떨어져 있는 익산 장점마을은 80여명이 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주민 24명이 암에 걸려 14명은 사망, 10명은 투병 중이다. 익산시는 지난해 4월 환경오염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이 업체에 대해 공장폐쇄명령을 내렸고, 법적소송 끝에 입찰 진행 중이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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