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정의당 대구시당 회의실에 마련된 ’고 노회찬 의원 대구시민분향소‘에서 한 사람이 노 의원의 영정에 절을 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영정 속에서 웃고 있었다. 하지만 영정 앞에 엎드린 여현진(59)씨는 서럽게 울었다. 분향소 안에 있던 정의당 김성년(41) 대구 수성구의원과 양희(55) 정의당 대구시당 동구위원장이 착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양반이 왜 죽어야 되는데….” 분향소 입구 쪽에서 누군가의 이런 한탄이 들렸다. 힘들게 일어난 여씨는 노 전 의원의 유서 일부분이 적힌 종이를 받아들고 터벅터벅 분향소를 나왔다.
참외 농사를 짓는 여씨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서 한 시간 반 차를 타고 대구까지 조문을 왔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고 노 의원을) 알지는 못하지만 늘 친구 같은 느낌으로 곁에 있는 것처럼,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저런 삶을 살기 어려워요. 이렇게 허망하게 갈 사람이 아닌데….” 그는 눈물을 훔쳤다. 그는 옛날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는데 분당 이후로는 어떤 정당에서도 활동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의당 대구시당 회의실에 마련된 노회찬 의원 대구시민분향소에는 이틀째인 26일에도 고 노 의원을 추모하려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스무 평 남짓한 분향소에는 하루에 1000명 정도가 조문을 오고 있다. 또 하루에 수십명이 당원 가입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에는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주민 10명이 함께 대구까지 조문을 왔다.
성주 주민 류동인(54)씨는 “사드 반대 운동을 할 때 정의당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서 늘 마음의 짐이 있었다. 도덕이라는 잣대가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성주 주민 이강태(43)씨는 “대중들이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일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우리가 마저 이루겠다고 영정 앞에서 약속했다”고 했다.
’이제 누구를 존경하며 정치를 바라볼지, 너무 재미없는 정치만 남을까 두렵습니다. 부디 하늘에서도 촌철살인의 정치인으로 남으시길 바랍니다’, ‘노회찬 의원님, 당신 덕분에 웃을 수 있었고 행복했습니다. 부디 편히 쉬세요.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입니다’. 사람들은 분향소 조문록에 이런 글을 남겼다.
‘국민승리21 홍보기획위원장, 민주노동당 부대표 및 사무총장, 정의당 공동대표, 제17대·19대·20대 국회의원, 정의당 원내대표.’ 진보정치인 노 의원의 힘들었지만 뜨거웠던 삶은 분향소 영정 뒤 펼침막에 이렇게 짤막하게 적혀있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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