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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김포 뱃길로 ‘씽씽’, 한강하구 어로한계선서 ‘스톱’

등록 2018-07-27 18:58수정 2018-07-27 20:33

[르포] 서울~어로한계선 35㎞ 항행
서울 여의도~김포 전류리 3시간 걸려
만조시간 맞춰 배 6척 신곡수중보 가볍게 넘어
한강하구 양안 철조망…어로한계선엔 해병 ‘삼엄’
정하영 김포시장 등 참석자 “흥분과 아쉬움 교차”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가 10년만에 재개된 27일 오후 인천 강화군 외포리 포구에서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해 '제5회 7.27 한강하구 평화의 배우띄우기'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동 월성포로 이동하며 갑판위에서는 '생태평화통일문화제'가 열린 뒤 참가자들이 월성포에 하선하고 있다. 강화/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가 10년만에 재개된 27일 오후 인천 강화군 외포리 포구에서 3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가해 '제5회 7.27 한강하구 평화의 배우띄우기'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동 월성포로 이동하며 갑판위에서는 '생태평화통일문화제'가 열린 뒤 참가자들이 월성포에 하선하고 있다. 강화/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수십년간 막혔던 물길을 뚫고 달리니 흥분되지만, 어로한계선을 넘어 한강하구 중립수역까지 평화의 물길을 열지 못해 아쉬움도 교차합니다.”

정전 65주년인 27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읍 영사정에서 하성면 전류리 포구까지 약 20㎞ 뱃길을 항행한 정하영 경기 김포시장은 한강하구 항행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경기도 김포시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마리나에서 출발해 고양 행주나루와 김포 영사정, 신곡수중보, 전류리를 지나 어로한계선까지 약 35㎞를 항행하면서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민간인 선박 항행을 촉구했다. 뱃길 탐사를 위해 서울에서 신곡수중보를 통과해 어로한계선까지 항행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날 오전 7시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한 배 2척(11명)은 행주나루(1척), 영사정(3척), 전류리(4척)를 거치면서 다른 배들과 합류해 어로한계선에 이르렀을 땐 10척(50명)으로 불어났다. 정 시장은 “한강에 배 하나 띄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강하구의 배 한 척이 남북평화 교류·협력의 교두보 구실을 하고 김포, 고양, 파주, 서울, 인천 등 한강을 끼고 있는 지역의 경제도 부흥시킬 수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이 다시 열리면 한강하구 물길 열기가 의제에 꼭 포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함께 탑승한 신명순 김포시의회 의장은 “서울과 달리 김포나 고양시민은 한강을 끼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접근조차 제한받고 있다. 염하강 너머 서해바다까지 자유롭게 나갈 수 있도록 한강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해 고양 행주나루와 김포 영사정, 신곡수중보, 전류리를 지나 어로한계선까지 약 35㎞를 항행하면서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선박 항행을 촉구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해 고양 행주나루와 김포 영사정, 신곡수중보, 전류리를 지나 어로한계선까지 약 35㎞를 항행하면서 한강하구 중립수역의 선박 항행을 촉구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이날 항행에 동참한 시민들은 “한강하구 중립수역 항행은 남북 평화협력과 통일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하루빨리 자유항행 허용을 촉구했다.

남북경협 ‘1호 사업자’인 제갈종익 대한생활안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남북간 뱃길을 여는 것은 우리 민족이 살 길을 여는 것이고, 철길·하늘길과 함께 상징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갈씨는 1998년 금강산에 관광기념품점을 차려 10년간 사업을 하다 2008년 물건을 창고에 쌓아둔 채 몸만 빠져 나왔다.

오전 9시, 서울·고양·김포에서 각각 출발한 배 6척(30여명)이 만조시간에 맞춰 신곡수중보를 거뜬히 넘었다. 강은 평화로웠고 숭어떼들이 뱃머리 위까지 뛰어올랐다.

정하영 경기 김포시장(오른쪽)과 신명순 김포시의회 의장이 27일 김포시 고촌읍 영사정에서 한강하구 항행에 나서면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경만 기자
정하영 경기 김포시장(오른쪽)과 신명순 김포시의회 의장이 27일 김포시 고촌읍 영사정에서 한강하구 항행에 나서면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경만 기자

1.1t급 어선인 경순호를 이용해 신곡수중보~일산대교 사이에서 조업하는 행주어촌계 장창무(61) 선장은 “요즘 숭어가 많아 물반 고기반”이라며 “한달에 열흘 정도는 신곡수중보를 넘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뱃길 안전을 담당한 어민 오태식씨는 “군인, 경찰, 소방, 한강사업본부 등에서 신곡수중보를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직접 확인한 것도 큰 성과”라며 “전면 항행에 앞서 부분적 뱃길 복원 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곡수중보를 지나 해병 2사단이 관할하는 지역에 접어드니 한강 좌우로 철책이 삼엄하게 둘러져 있었다. 신곡수중보에서 전류리까지 18㎞. 여의도에서 배로 3시간이면 어로한계선에 다다른다. 녹색평화연합 김기호 이사장은 “1980년 이후 한강하구를 통해 간첩이 들어온 적이 없다. 철조망은 실제론 필요가 없다. 남북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시대착오적인 철조망은 모두 제거하고 디엠제트 일원을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우(68) 전류리 어촌계장은 “분단 이전 전류리는 김포·강화에서 농산물을 싣고 서울 마포나루까지 운송하는 커다란 포구였다. 한강하구 뱃길이 열리면 고기잡이에는 지장이 있겠지만 운송, 관광의 거점으로 옛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했다.

교동 월성포로 이동하는 평화의 배에서 평화어머니회가 '여성의 힘으로 평화를 여는 춤'을 함께 추고 있다. 강화/신소영 기자
교동 월성포로 이동하는 평화의 배에서 평화어머니회가 '여성의 힘으로 평화를 여는 춤'을 함께 추고 있다. 강화/신소영 기자
한편, 이날 오후엔 강화 주민 300명이 외포리에서 ‘평화의 배’를 띄워 석모도와 교동도를 항행했다. 강화 `평화의 배‘ 행사는 지난 2005~2008년까지 정전기념일마다 열리다가 중단된지 10년만에 재개된 것이다.

김포시와 시민사회단체는 애초 이날 김포 어로한계선을 지나 강화도까지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항행할 계획을 세웠지만, 국방부가 “남북관계, 항해안전 등을 고려해 항행구간을 전류리 포구에서 어로한계선 선상까지 허용한다”고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

평화의 배 띄우기 조직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한강하구 유역은 디엠제트, 엔엘엘과 달리 곧바로 이용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남북, 북미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동의하는 마당에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규정대로 운영하는 일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까지 약 67㎞에 이르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정전협정 1조 5항에 따라 남북한의 민간 선박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운항이 금지돼왔다.

김포/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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