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주차장 건립 계획으로 헐릴 위기에 있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빌라 옥상에서 바라본 경의선숲길.
“관광객 때문에 사람 사는 집을 헐고 주차장을 짓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7일 이른바 ‘연트럴 파크’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인근의 빌라 주민 유아무개(36)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마포구가 ‘관광객 주차난을 해소하겠다’며 주민들이 거주하는 빌라를 철거하고 공용주차장을 지으려고 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마포구는 경의선숲길과 홍대 상권의 방문객이 많은 연남동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18가구가 사는 연남동의 한 빌라를 헐고 차량 200여대를 댈 수 있는 1646.8㎡ 규모의 공영주차장 건설 사업을 2015년부터 추진 중이다. 주차장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이며 구는 2016년에 이런 내용의 도시관리계획을 결정·고시했다. 구청 관계자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관광버스의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는 민원이 지속해서 들어왔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빌라 주민 유씨는 “관광객 주차난이 심각하다는 민원이 있다고 주민들이 사는 빌라를 밀어버리고 주차장을 짓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빌라의 소유주 손아무개씨는 “마포구의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철회해 달라”며 2016년에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냈고, 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모두 마포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이승영)는 “연남동 주차장 부지 부근은 이면도로의 불법 주차율이 71%에 달하고 인근 지역의 주차면 수 확보율도 86%에 불과해 서울시 전체 확보율(130%)에 크게 못 미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마포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 “해당 지역 부근은 홍대 상권 확장, 경의선 숲길공원 개장,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면세점·음식점 등으로 주차 수요가 현저히 증가함에도 공영주차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손씨는 지난달 30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황이다.
주차난이 심각한 연남동 경의선숲길 인근에 주차된 차들.
마포구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공영 주차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이 주차장이 주차난 해소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을 일으킨다. ‘연트럴 파크’ 상권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은 카페와 식당, 술집 등이 밀집한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일대다. 그런데도 마포구가 공영 주차장을 지으려는 이 부지는 이 핵심 상권으로부터 1㎞가량 떨어져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유커가 감소해 이 지역 상권도 변화를 겪고 있다. 해당 빌라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사드 보복’ 이후 연남동을 찾는 유커가 급감했다. 중국인을 위한 면세점이나 식당도 거의 다 철수하고 지금은 면세점 한 곳과 식당 두 곳만 남았다”고 말했다. 유커가 찾지 않는 지역에 유커를 위한 주차장을 계획한다는 것이다.
이연택 한양대 교수(관광학부)는 “이것도 하나의 ‘투어리스티피케이션’(주거지가 관광지가 돼 주민이 불편을 겪거나 떠나는 현상)”이라며 “유커의 관광 패턴도 단체 관광에서 개인 관광으로 바뀌어가는데, 결국 주민을 희생시켜 필요 없는 주차장을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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