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시각장애인연합회 40년사>를 펴낸 연합회 최삼기 회장.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안마 피리를 불고 다니면 집에 있던 분들이 부르면 가서 고객을 맞았지요.”
시각장애인들의 자활운동 역사를 기록한 <광주광역시시각장애인연합회 40년사>(이하 40년사)를 발간한 연합회의 최삼기(66) 회장은 9일 “40년의 활동을 기록한 뒤 평가하고 이를 거울삼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출판 취지를 설명했다. ‘시각 40년, 마음으로 보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978~2017년 광주지역 시각장애인들의 활동집이다. 최 회장은 “사무실 하나 없이 거리를 헤매며 냉대받던 시절부터 어엿한 ‘맹인복지회관’을 열고 활동하기까지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실려 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자활의 역사를 책으로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영웅(76)씨 등 시각장애인 7~10명은 1976년 광주지역 시각장애인 소모임을 만들면서 ‘복지·자활’에 눈을 떴다. 1978년 몇몇 회원의 집 방 한켠에 안마수련원을 열었던 것이 자활운동의 시작이었다. 최 회장은 “중도 실명자들이 안마사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교육장을 열었다”고 했다.
재일동포 사업가로 광주지역 시각장애인 자활을 후원해준 하정웅 회장.
1989년 4월 한국맹인복지협회 광주지부 사무실 준공식에 참석한 재일동포 후원자들.
시각장애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1982년 3월 광주 불로동에 9.92㎡ 규모로 안마수련원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미술관에 1만점 이상의 그림을 기증한 재일동포 사업가 하정웅(79) 회장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최 회장은 “1980년 초 광주에 온 하 선생이 회원들의 딱한 사연을 듣고 ‘스스로 자활기금으로 200만원을 모금하면 돕겠다’고 해 회원들이 안마비 일부를 떼어 자활기금을 마련했다”며 “이후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하 선생이 재일동포 모금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 줬다”고 말했다.
광주 서동의 광주시각장애인복지관과 광주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광주 서동의 광주시각장애인복지관과 광주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에도 자활의 노력이 보태졌다. 최 회장은 “2008년 645㎡ 규모의 터를 매입한 회원들은 건축비 일부를 광주시에서 지원받아 2009년 복지관을 완공했다”고 말했다. 복지관에선 안마·합창 교육과 인문학 강좌 등이 진행된다. 최 회장은 “점자·녹음 도서들을 갖춘 도서관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소망”이라며 “시각장애인들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