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일 낙동강 달성보 일대의 모습. 보 상류 쪽으로는 녹조가 잔뜩 끼어 있는 반면, 사진 위 하류 쪽으로는 녹조가 옅은 모습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정수처리한 물에서 유해성 물질인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고 폭염으로 녹조가 심해지면서 낙동강 수질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와 부산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취수원을 옮기자는 주장이 또다시 나온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보를 개방하는 등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며 이런 주장을 정면 비판했다.
지난 6월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배출된 과불화화합물이 낙동강 매곡·문산정수장에서 검출됐다. 그러자 대구시는 다시 취수원 이전을 추진하고 나섰다. 대구시는 지난달 녹색환경국 물관리과 안에 직원 8명으로 ‘취수원이전추진단’을 꾸렸다. 지난달 개원한 대구시의회도 자유한국당 의원 5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 등 모두 7명으로 ‘대구시 맑은 물 공급 추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한국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홍의락 민주당 의원(대구 북구을), 곽상도 한국당 의원(대구 중·남구) 등은 대구 시민들의 취수원을 지금의 구미국가산단 하류에서 상류인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미시는 수질 악화와 수량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 쪽의 압박이 거세지자 구미시는 정부 지원을 받아 구미국가산단에 폐수 무방류 처리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산시는 1991년 구미국가산업단지 두산전자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 이후 취수원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19일에도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수자원 확보방안 조사용역’ 추진 상황을 발표했다. 경남 진주의 남강댐 물을 쓰는 방안과 낙동강변에 인공습지를 만들어 식수를 확보하는 방안 등 모두 13개 안이 나왔다. 낙동강에서 수질 오염 사고가 나도 안정적으로 깨끗한 식수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낙동강 일대 지역은 강 본류에서 물을 취수해 수돗물로 공급한다. 반면, 다른 지역은 댐 상류에서 취수해 식수로 쓴다. 한강은 팔당댐, 금강은 대청댐, 영산강과 섬진강은 주암댐 상류에서 취수한다. 또 낙동강 본류에서 취수한 물은 다른 강의 물보다 수질이 좋지 않다.
환경부가 2014년 9월12일 고시한 ‘중권역별 수질 및 수생태계 목표기준’을 보면, 팔당댐, 대청댐, 주암댐의 수질 목표는 ‘매우 좋음’이었다. 하지만 낙동강 본류는 상류 지역만 ‘매우 좋음’이었고, 중·하류 지역은 ‘좋음’ 또는 ‘약간 좋음’이었다. 수질 목표 기준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강 수질이 좋지 못하다는 뜻이다. 백경록 대구와이엠시에이(YMCA) 기획실장은 “댐이든 강 본류든 먹는 물을 취수하는 곳은 ‘매우 좋음’ 상태를 목표로 해서 수질을 유지, 개선해야 한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나쁜 식수를 공급받는 영남 주민에게도 평등한 기본 권리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낙동강은 다른 강에 견줘 주변에 산업단지, 폐석탄광산, 축사 등 오염원도 많다. 낙동강에는 김천일반산단, 구미국가산단, 대구국가산단 등도 들어서 있다. 이 중 구미국가산단에서 배출하는 폐수만 하루 평균 13만7136㎥로 낙동강 수계 전체 폐수 방류량의 27%를 차지한다.
낙동강 최상류인 강원도와 경북 북부 지역에 밀집한 폐석탄광산에서 나오는 침출수 등도 낙동강 수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환경부는 2010~2014년 전국 폐석탄광산 423곳에 대해 기초환경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오염 개연성이 발견된 광산 238곳에 대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폐석탄광산은 낙동강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시에만 45곳, 경북 봉화군에 6곳이 있다.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폐석탄광산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26일 낙동강 달성보 일대의 모습. 보 상류 쪽으로는 녹조가 잔뜩 낀 반면 사진 아래 하류 쪽에는 아직 녹조가 발생하지 않은 모습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가축 분뇨를 내놓는 축사도 낙동강 수계를 오염시키고 있다. 경북 영주시 내성천에 조성된 영주댐(총저수용량 1억8000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하나로 건설한 다목적댐인 영주댐은 1조1000억원을 들여 2016년 12월 완공됐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는 영주댐에 가둬둔 물을 지난 4월부터 모두 뺐다. 영주댐 주변에 가축 사육 밀도가 높아 영주댐 수질이 아주 나빴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질 개선을 위해 현재 영주댐 바닥에 용존산소를 공급해주는 수중 폭기기 29대를 설치하고 있다. 특히 낙동강 중·상류 지역인 경북에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축이 가장 많다. 지난 3월 기준으로 경북에는 한육우 64만, 젖소 3만, 돼지 137만, 닭 2500만 마리가 사육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낮 대구 달성군 화원읍 화원유원지에 있는 생태탐방로 주변 낙동강이 녹조로 뒤덮여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이런 상황에서 부산과 대구 쪽에서 추진하는 ‘취수원 이전 또는 다변화’ 주장은 낙동강 수질 개선을 포기하는 정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남지역 1300만 주민 상당수가 낙동강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데, 취수원을 옮기는 방식만으로는 낙동강 수질 개선과 관련한 투자와 노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부산과 대구의 취수원 다변화는 낙동강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경고했다.
박현건 경남과학기술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식수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큰 틀에서 취수원 다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낙동강을 포기하는 다변화는 절대 반대한다. 취수원을 옮기더라도 낙동강 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원칙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도 “낙동강의 식수 취수원을 옮기는 것은 실패한 4대강 사업을 인정하고 완성시켜주는 것이다. 식수원으로서 낙동강을 포기하는 순간 낙동강을 살리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
김일우 최상원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