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로서 인문학 대중화 운동에 앞장서 온 성진기 전 전남대 명예교수. 사진 정대하 기자
“물질적인 토대도 필요하지만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정신적인 힘이 더 중요합니다.”
인문학 대중화 운동에 앞장서 온 성진기(78) 전 전남대 교수는 지난 10일 “철학이 숨 쉬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평생 ‘철학 세일즈맨’으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1996년 1월 광주시 학동에 ‘카페 필로소피아’라는 간판을 내건 이래 22년째 시민철학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월요일 저녁엔 시민들에게 직접 ‘서양철학사’ 강의도 한다.
그는 “지금도 토·일요일이면 도서관에서 쪼그리고 앉아 책을 읽으며 공부한다”고 말했다. 금요일 저녁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시민들과 함께 읽는다. 그는 “스스로 사유하지 않는 철학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카페 필로소피아 주관으로 20일부터 열리는 ‘나를 찾아 떠나는 인문학 여행’ 프로그램.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철학 대중화에 나서게 된 것은 1980년대 초 독일의 도시에서 ‘철학 카페’를 접하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20여 명의 명사들을 초청해 처음으로 마련한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 강좌에 시민들이 몰렸다. 그는 “철학을 들고 거리로 나섰는데 의외로 응원해 준 분들이 많아 힘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여러 장소를 전전하던 그는 3년 전 장동 전남여고 앞 66.11㎡(20평) 규모의 자체 공간을 마련해 카페를 옮겼다.
한국철학회 회장 등을 지낸 그는 탁월한 인문학 행사 기획자다. 전남대 인문학연구원장 재직 때는 ‘봄 밤에 나누는 인문학 이야기’ 행사를 열어 큰 인기였다. 그는 “저녁에 캠퍼스로 시민들이 몰려오는데 감격스럽더라”고 말했다. 카페 필로소피아는 ‘봄 인문학 세일’(2011), ‘철학이 무엇을 하랴’(2016), ‘사직골에서 펼치는 인문학 향연’(2017) 등 인문학 강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성 전 교수는 “지금까지 강좌마다 15~20여명씩이 수년간 함께 공부하는 방식으로 400여 명이 철학 강좌를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시 동구 장동 전남여고 정문 앞에 자리한 카페 필로소피아.
이번엔 광주평생교육진흥원과 손을 잡고 20일부터 11월 26일까지 인문학 여행을 떠난다. 카페 필로소피아는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10회 일정으로 광주동구청 대회의실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인문학 여행’이라는 강좌를 주관한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김준태·나희덕 시인,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등이 강연한다.
성 전 교수는 “올해부터 수능 시험이 끝난 고 3 청소년들에게 문학·예술에 대한 느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010)9603-3244.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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