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완주이야기> 2018년 제10호 1면.
“농사를 지을 때도 연애하는 마음으로 하자.…산과 들판과 물과 그렇게 연애하면서 살자. 내가 살아가는 이곳(완주군)과 연애하면서 살아가자.”
전북 완주군에서 발행하는 월간 소식지 <완주이야기> 제10호 1면에 나오는 명예편집장의 러브레터 일부분이다. 이 소식지에는 군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군수 동정이나 군정 홍보 보다는, 주민들의 소소한 생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해 10월 창간호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모두 12번째 발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박성일 완주군수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싣지 않았다. 대신 13개 읍·면의 주민 이야기를 전한다.
이 소식지는 신문 대판 크기에다 16면 분량으로 만든다. 매월 4천부를 제작해 읍·면사무소, 우체국, 경로당 등에 무료 배급한다. 완주군은 제작비만 지원하고, 모든 내용은 민간인 13명이 주민 인터뷰 등을 거쳐 만든다. 배달까지 맡고 있는 편집위원들은 참신함을 위해 매호마다 디자인과 컨셉을 바꿔가고 있다. 제10호의 컨셉은 아침에 일하는 농부와 각 면지역의 곤충을 다뤘다.
인터넷 시대에 오프라인 소식지가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걱정하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노령인구가 많은 시골의 경우는 다르다고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완주군 전체 인구는 9만5975명이다. 이 가운데 65살 이상 노년인구가 1만9377명으로 20.2%를 차지한다.
소식지를 본 주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완주군 비봉면 산속에서 유정란을 생산하는 한울농장 임지연(37) 대표는 “소식지에 소개된 저희 농장 관련 기사를 보고 신문을 든 채로 물어물어 직접 농장까지 찾아온 손님이 계셨다. 주민 소통을 위해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상·경천면의 특산품인 곶감을 전주한옥마을에서 신문을 보고 주문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하고 있다. 특히 계란의 흰자위처럼 전주시에 둘러싸인 완주군의 주민들간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육연수 편집장은 “현재 완주군에 조례가 없어 민간인 편집위원들이 원고료를 비롯해 배달까지 자체적으로 원칙을 정해 운영하고 있다. 조례를 만들어 운영했으면 공신력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