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지리산에서 80여㎞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에 나타난 반달가슴곰 KM-53. 대구지방환경청 제공
반달가슴곰(반달곰) ‘케이엠(KM)-53’은 3년 전 지리산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키 160~170㎝가량에 몸무게는 110㎏ 정도 나간다. ‘케이엠-53’은 한국(Korea)에서 태어난 수컷(Male) 반달곰이란 뜻으로 ‘53’은 관리번호다. 그러나 지리산이 답답해서였을까? 이 반달곰은 지난해 6월과 8월, 두 차례나 지리산에서 직선거리로 80㎞ 떨어진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했다가 안전 이유로 잡혀 다시 지리산에 방사됐다.
두 차례나 다시 잡혀왔지만, 또다시 이 3살짜리 반달곰은 지리산 탈출을 시도했다. 지난 5월5일 ‘어린이날’에 이 어린 반달곰은 경남 산청군 통영~대전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고속버스에 치여 왼쪽 앞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사고 직후 고속도로를 빠져나갔으나, 엿새 뒤 경남 산청 태봉산에서 잡혔다. 이 반달곰은 17일 전남 구례군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골절 수술을 받았다. 재활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재방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반달곰 ‘케이엠-55’는 케이엠-53보다 훨씬 운이 나빴다. 지난 6월13일 전남 광양 백운산에서 올무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리산에서 태어나 지난해 7월 백운산으로 건너갔지만, 누군가 1m 정도의 나무 막대기에 달아놓은 이동형 올무에 걸렸다. 이동형 올무는 나무 등에 고정하는 형태와 달리 야생동물이 올무에 걸린 채 돌아다니다 죽게 만든다.
지리산을 빠져나와 백운산에서 새 삶터를 차렸던 반달곰 KM-55가 지난 6월 13일 올무에 걸린 채 죽어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올봄 반달곰 8마리가 새로 태어나 현재 지리산에는 56마리의 방사된 반달곰이 산다. 2004년 지리산에서 반달곰 복원 사업이 시작된 때는 암수 6마리가 14년 만에 56마리로 는 것이다. 마릿수가 증가하면서 4년 전부터 곰들이 경북 김천, 전남 광양, 곡성 등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지리산을 벗어나려다 사람에 의해 숨지거나 다치는 반달곰과 사람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가 지역별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대구생명의 숲과 반달곰친구들 등 환경단체와 대구시, 경북도, 공기업 등 11곳은 ‘반달가슴곰 대구경북권역 공존 협의체’를 꾸렸다. 앞서 지난 5월4일에는 전남 구례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생태탐방원에선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 구성 및 공존 선언식’이 열렸다. 또 환경부는 지난 5월23일 영산강유역환경청과 광양시, 광양환경운동연합 등에 ‘백운산반달가슴곰 공존 협의체’ 구성을 제의했다.
윤주옥 반달곰친구들 이사는 “앞으로 반달곰이 지리산 밖으로 계속 서식지를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리산 밖으로 나간 두 마리 곰이 우리에게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곰과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대선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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