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범 고하문학관장은 미수의 고령에도 날마다 문학관에 출근해 글을 쓰고 있다. 사진 박임근 기자
“이제 여기 있는 책과 그림 등 모든 것을 놓고 갈 차례입니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후배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강원도 인제군에서 막을 내린 2018만해축전에서 ‘제22회 만해대상’ 문예부문을 수상한 고하 최승범(88) 전북대 명예교수의 다짐이다.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제자인 지난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올해 문학인생 60년째를 맞았다.
그는 69년부터 발간한 동인지 <전북문학> 등을 통해 평생동안 향토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전북문학’은 지난 5월 281호를 찍을 만큼 드물게 장수했다. 그는 57년부터 40년간 전북대에 재직하면서 시조론·수필론을 가르치고 시조문학을 지켜왔다. 최근에는 전북지역 유적지와 성지, 정자, 절 등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서 만든 <신전라박물지>를 출간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이병기 선생이 곧잘 말씀하시던 3복(술복·제자복·난초복)이 생각나면서 기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승과 제자가 하나의 정신세계로 이어져야 하는데, 지금의 세태는 선생과 학생으로 나뉘어져 정신보다는 물질에 더 치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신석정 시인의 맏사위이기도한 그는 “이제 전북을 위해 무엇을 한다기 보다는, 앞으로 후배 문인들에게 무엇인가를 물려줄 수 있는 자산을 생각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의 호는 장인이 지어줬는데 감히 뜻과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강의 옛말 ‘가람’(스승)과 목가시인으로 ‘저녁 물가’를 뜻하는 ‘석정’(장인)을 아우르는 ‘고하’(古河)라고 추정할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평생 모아온 책과 서화들을 기증한 최승범 고하문학관장은 이제 후배들에게 모든 것을 맡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사진 박임근 기자
전북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혼불>의 작가 최명희와 같은 마을 출신인 그는 평생 모은 책을 전주시에 기증해 2010년 전주한옥마을로 자리를 옮긴 고하문학관의 관장을 맡고 있다. 미수(米壽)에도 그는 매일같이 문학관으로 출근한다.
문학관에는 가람과 석정의 친필 서적을 비롯 그가 평생 모은 서적 5만여권, 동인지 <전북문학> 표지화를 비롯한 그림 300여점, 문인(소설가 최인욱, 평론가 백철)들과 주고 받은 편지 등이 소장돼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