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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총기위협 신고에도 엽총 내줘…봉화 산골마을 3명 사상

등록 2018-08-21 10:14수정 2018-08-21 21:24

이웃과 갈등 잦던 77살 귀농인
소천면 암자·면사무소에 6~7발
공무원 2명 사망·주민 1명 다쳐

피해자 “나를 쏴죽인다 했다” 신고
엽총 내준 경찰 “발언 부인” 해명
21일 주민 김아무개(77)씨가 엽총을 쏴 공무원 2명이 숨진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 봉화군 제공
21일 주민 김아무개(77)씨가 엽총을 쏴 공무원 2명이 숨진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 봉화군 제공
귀농해 이웃과 갈등을 겪던 70대 남성이 주민과 공무원들에게 엽총을 쏴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날 엽총에 맞아 다친 주민은 지난달 경찰에 이 남성이 “나를 총으로 쏘려 한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 신고에 따라 한동안 내주지 않았던 엽총을 이날 대책 없이 이 남성에게 넘겼다.

21일 경찰과 봉화군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아무개(77)씨는 이날 오전 오전 9시30분께 경북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 소천면사무소에 들어가 민원행정 담당 공무원 손아무개(47·행정 6급)씨와 공무원 이아무개(38·행정 8급)에게 사냥용 산탄총 서너 발을 발사했다. 가슴에 총을 맞은 손씨와 이씨는 헬기로 이웃 안동병원에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김씨는 소천면사무소의 다른 공무원들에게 제압돼 경찰에 넘겨졌다.

김씨는 앞서 오전 9시15분께도 이 곳에서 9㎞ 떨어진 소천면 임기리의 한 암자에서 임아무개(48·승려)씨에게 산탄총을 세 발 쐈다. 임씨는 세 발 중 한 발을 오른쪽 어깨에 맞고 안동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암자에서 산탄총을 쏜 직후 소천파출소에 잠시 들렀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면사무소로 향했다.

김씨는 지난 7월20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나 새를 쫓기 위한 목적(유해 조수 구제용)으로 소지 허가를 받아 엽총을 파출소에 보관해왔다. 김씨는 이날 아침 7시50분께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 소천파출소에서 경찰관으로부터 엽총을 받아왔다. 특히 경찰은 지난달 말 피해자 임씨가 소천파출소를 찾아와 “김씨가 총으로 나를 쏴 죽인다고 말하는 것을 다른 주민에게서 들었다”고 신고했음에도 이날 김씨에게 엽총을 그대로 내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예방 차원에서 김씨에게 엽총을 내주지 않았고, 임씨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주민에게 확인했으나, 해당 주민이 ‘임씨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씨가 계속 엽총을 내달라고 요구해 이날 김씨에게 엽총을 출고해줬다”고 해명했다.

평소 김씨는 이웃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쓰레기 소각 문제 등으로 이웃과 갈등을 겪던 김씨는 최근엔 물 문제로도 이웃과 다퉜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진수 봉화경찰서 수사과장은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간이상수도 사용 문제로 임씨와 갈등을 빚다 임씨에게 1차 범행을 했고, 상수도 민원 처리에 불만을 품고 면사무소 공무원들에게 2차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경기도 수원이지만, 2014년 11월부터 소천면 임기2리에 와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봉화에 연고가 없으나, 군대에서 만난 지인의 소개로 이 곳으로 왔고, 이 지인은 김씨가 귀농한 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해마다 10여건의 총기 사고가 일어난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아 지난해 공개한 ‘2012년 이후 총포 관리 및 관련 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5년 8개월 동안 전국에서 모두 72건의 총포 사고가 일어났다. 유형별로는 고의 30건, 오발 42건이었으며, 이로 인해 모두 31명이 숨지고 51명이 다쳤다. 같은 기간 총포 소지 신청 건수는 4만9860건이었는데, 범죄 경력이나 정신병력 등 이유로 710건(1.4%)의 소지 허가가 나지 않았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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