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화천군수가 지난 9일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집을 방문해 후손 장학생을 만나고 있다. 화천군청 제공
강원 화천군이 10년째 ‘6·25전쟁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화천군은 2009년 61명으로 시작한 장학사업이 10년째인 올해로 292명으로 확대됐다고 21일 밝혔다. 10년 동안 화천군이 지원한 금액만 5억7804만원에 이른다.
화천군이 장학사업을 펴게 된 것은 6·25전쟁 당시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때 6037명을 파병했다. 참전용사들은 화천 인근에서 253차례 전투에 참여해 모두 승리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1974년 에티오피아에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참전용사들은 자유진영을 위해 싸웠다는 이유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거리로 쫓겨나는 등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90년대 민주정권이 들어섰지만 형편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참전용사들이 비참한 생활을 이어간다는 소식을 접한 화천군은 장학사업을 통해 이들을 돕기로 했다. 후원금은 화천군과 지역 주민, 사회단체 등이 십시일반 모았다. 2010년 7사단, 2013년 27사단·15사단 부사관들도 동참해 매월 봉급에서 일정액을 후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장학생 브릭크(25)씨와 칼키던(24)씨는 올해 에티오피아 명성의대 5년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 정식 의사가 된 이들은 연일 환자를 돌보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라헬(20·여)씨는 여성 인권 변호사의 꿈을 안고 메켈레 대학 법대에서 2년째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크리비트(20·여)씨도 올해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퀴즈 코리아’ 예선에서 우승해 국가 대표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9일 올해 장학생 선발을 위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한장의 손편지가 전달됐다. 장학생 마이클군의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마리엠씨는 편지에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모든 일에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제 아들을 위해 앞으로도 곁에 있어 달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화천군은 앞으로도 이들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화천군은 새로운 장학생을 발굴하고 이들이 에티오피아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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