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는 22일 ‘공공부문 감정노동 종사자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회를 열었다. 전주시 제공
“우리끼리 하는 말로 월급 반절은 욕먹는 값이다. 숙명처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무조건 시장을 찾아간다고 협박하거든요.…‘니네들 하곤 상대 안 해, 시장 찾아간다’고 해요. 무조건 민원인 말을 듣고 민원을 해결하려고 하니까, 거기서 2차적으로 감정이 더 생기는 거죠.”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전주시 소속 공무원 10명 중 4명은 악성 민원인으로 인해 질병까지 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주시가 전북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채준호 교수)에 의뢰해 시청과 완산·덕진구청, 주민센터, 사업소, 시설관리공단 등 시 소속 민원응대업무 감정노동 종사자 1360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면접으로 실시한 감정노동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민원응대 업무로 인한 질병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0%가 “있다”고 답했다. 질병 경험이 있는 경우, 신체적 질병을 앓은 이는 18.7%였고, 정신적 질병은 8.0%였으며,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함께 앓았다고 밝힌 응답자도 14.5%에 달했다.
악성 민원의 유형별(중복응답)로는 △인격을 무시하는 언행이 90.7%로 가장 많았고 △억지주장과 무리한 사과요구 및 업무방해가 88.9% △욕설이나 폭언이 85.2% △블로그·에스엔에스(SNS) 등 협박이 51.0% 등의 순이었다. 특히 여성은 84.7%가 민원인에 의한 언어 등으 폭력 경험이 남성(68.6%)에 비해 훨씬 높았다. 더욱이 대민업무가 많은 구청과 주민센터 근무자의 경우 90.6%가 악성 민원인으로 인한 감정노동 위험수준이 심각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도 감정노동 중인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과 매뉴얼의 내용은 친절 응대가 전부였으며, 악성 민원이 발생하면 개인적인 전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 민원 발생시 조치사항으로 주변의 위로가 53.8%를 차지했고, 악성 민원인에게 되레 사과를 강요하는 경우도 8.2%나 됐다.
용역연구진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 조례처럼 악성 고객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 강구 △조직내 전담기구 및 책임자 지정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 △직원상담 등 지원프로그램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김봉정 시 일자리청년정책과장은 “90% 이상이 업무와 무관한 내용으로 말꼬리 잡기와 인격 무시 등 일방적인 폭언 등의 경향을 보였다. 감정노동의 심각성을 알리고,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