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10시께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 행정안전부 제공
제19호 태풍 ‘솔릭’이 북상하면서 23일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도에선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전국적으로 항공기 결항, 정전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솔릭이 관통한 제주도엔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22일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한라산 윗세오름과 사제비에 각각 963.5㎜, 1044.5㎜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고, 진달래밭에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62m에 이르는 강풍이 불면서 크고 작은 태풍 피해가 이어졌다. 제주시 종합경기장과 연동 등 일부 지역은 하수 역류 현상이 나타났고, 제주시 삼양 1, 2수원 상수도 500㎜ 도수관(압송관 이음부)이 파손돼 복구작업이 진행됐다. 제주도 내 가로수 32그루가 넘어지거나 가지가 꺾이면서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삼양동에선 강풍에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주변 건물이 일부 파손됐고, 일대 전기 공급이 끊겼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서귀포시 소정방폭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폭포로 내려간 여성(23)이 파도에 휩쓸려 실종되기도 했다. 함께 내려간 남성(31)은 부상당해 치료 중이다. 해경은 경찰과 소방대원 등을 동원해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거센 파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전 피해도 속출했다. 강한 비바람 탓에 22일 오후부터 서귀포시 안덕면과 표선면 등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시작돼 이날 오후 5시 현재 1만2012가구가 정전됐다. 이 가운데 7341가구는 복구가 완료된 상태고, 4671가구는 현재 복구 작업이 진행중이다.
항공기가 무더기로 결항되면서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전국 15개 공항에 국내선 692편, 국제선 78편 등 총 770편 항공기가 결항됐다. 특히 제주, 무안 공항 등 남부지역 공항을 중심으로 항공편 532편이 결항됐다. 국토부는 “현재까지 확정된 결항 외에도 추가적인 결항 조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용객들은 운항 정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공항으로 출발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솔릭’의 북진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 인천공항, 김포공항을 오가는 국제선은 정상 운항되고 있다.
차량이나 선박의 통행 제한도 이어졌다. 목포 여객선 51척 등 전국 97개 항로의 여객선 165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전국 국립공원 21곳 전 구간 탐방로 605곳도 입산이 금지됐다. 제주도는 올레길 전체 코스를 비롯해 한라산 전 구간 도로가 통제됐다. 제주시 탑동과 월정리 해안도로와 서귀포시 사계리 해안도로, 낙석 위험이 있는 산방산 진입도로 등의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전남 고흥군 금산면 주민 4600여명은 강풍으로 거금대교와 소록대교의 통행이 제한되면서 발이 묶였고, 부산 기장군 월천교(길이 100m)도 침수에 대비해 통제됐다.
한편 에너지·산업단지 유관기관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태풍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원전, 발전소, 송배전망, 석유비축시설, 도시가스관 및 인수기지 등 주요 에너지시설과 산업 현장에 대한 피해 예방 대책과 긴급 복구 체계를 점검했다. 특히 태풍 영향권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등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물을 점검하는 등 각 관련 기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솔릭의 영향권에 있는 주요 발전시설로는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과 충남 서해안에 밀집된 석탄화력발전소 등이 있다.
김미향 허호준 최하얀 최종훈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