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공장’ 박명호(32) 대표 등 11명의 청년은 지난해 6월 전혀 연고가 없는 전남 목포의 유달동 원도심으로 이주해 청년들이 실패를 연습하는 공간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장공장 제공
“괜찮아, 실패해도!”
전남 목포의 원도심인 유달동에서 ‘괜찮아 마을’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청년들이 내건 구호다. 이 프로젝트는 쇠퇴한 목포 원도심을 청년 대안 공간으로 조성해 청년문제와 도시문제를 해결하자는 청년들의 뜻에서 시작됐다. 프로젝트를 제안한 이들은 대도시에서 살다가 목포로 이주한 청년들이다. 기획사 겸 여행사인 ‘공장공장’의 박명호(32) 대표 등 11명의 청년은 “청년들에게 휴식과 인생을 재설계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것이 행정안전부의 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박 대표는 “공장공장의 자체 프로젝트로 ‘괜찮아 마을’을 기획했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행안부 지원 사업에 응했다”고 말했다.
공장공장은 1·2기 30명씩 모두 60명의 청년과 함께 ‘괜찮아 마을’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난 7일 계획서를 낸 뒤 마을 입주자로 선정된 1기생들은 “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싶은 39살 이하 청년들”이다. 입주금 20만원은 교육 뒤 전액 환불해준다. 입주자들은 예술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 등 다양하다. 대전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공부한 한아무개(32)씨는 원도심에 있는 빈집을 물색한 뒤 레스토랑을 창업하는 게 꿈이다. 디자이너 박아무개(28)는 전라도 할머니들의 걸쭉한 욕을 수집해 책을 낼 생각이다. 인천 출신인 김아무개(34)씨는 원도심의 빈집 한 곳을 리모델링해 과거와 다른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다.
전남 목포시 유달동에 있는 기획사 겸 여행사 공장공장이 장기 임대한 옛 우진장 여관 터. 공장공장 제공
괜찮아 마을은 교육·창업·정착의 세 축으로 진행된다. 괜찮은 마을엔 괜찮은 집(공유공간), 괜찮은 학교(인생 재시작 대안학교), 괜찮은 공장(실패 연습소) 등이 있다. 입주자들은 28일 괜찮은 집에 입주해 6주 동안 생활할 예정이다. 청년들은 쉬엄쉬엄 마을 빈 공간을 돌아보며, 빈집을 수리하는 방법을 배운다. 평생 재봉틀을 수집한 할아버지의 재봉틀 박물관을 개관하는 일에 도전해도 된다. 주변 섬들을 탐색한 뒤 섬 한 곳을 한 권의 책에 담을 수도 있다. 공간공간의 문화기획일을 함께 해도 된다. <매거진 섬>이라는 잡지를 만드는 일에도 참여할 수 있고, ‘전국 청년 히치하이킹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데 손을 보탤 수도 있다. 실패해도 괜찮고, 방황해도 괜찮다. 할 일 없이 쉬어도 괜찮고, 인생을 재설계 해도 괜찮다. 그래서 ‘괜찮아 마을’이다.
공장공장 직원들이 괜찮아 마을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위해 칠판에 해야 할 일 등을 적어놓았다. 공장공장 제공
공간공간에서는 박 대표가 입주자들에게 먼저 겪었던 ‘경험’을 공유해 줄 참이다. 대기업을 다니던 그는 새로운 삶에 ‘갈증’을 느끼고 2013년 12월 퇴사한 뒤, 읽었던 책 700여 권을 싣고 길거리에 놓고 팔면서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 250명을 인터뷰해 사진을 찍고 글을 써 전시회를 열고, 제주 서귀포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한량유치원’이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한 시인한테서 우진장이란 3층짜리 옛 여관을 20년 장기 임대받은 뒤 목포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6월 지인 1명과 목포로 온 뒤 지금은 식구가 11명까지 늘었다. 박 대표는 “괜찮아 마을은 인생에서 실패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