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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배우려고 학원가요”…고려인 동포 4세 청소년의 고민

등록 2018-08-28 11:47수정 2018-08-28 12:13

고려인인문연구소, 27일 고려인 삶과 문화 학술대회
김나경·선봉규 연구원, 고려인 청소년 8명과 심층면담
지난 27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인문연구소 주최로 고려인들의 삶과 문화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고려인인문연구소 제공
지난 27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인문연구소 주최로 고려인들의 삶과 문화를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고려인인문연구소 제공
“엄마 아빠 모두 일터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온다. 나는 한국말을 몰라서 고등학교에 안 가고 그냥 집에 있다. 어른이 돼서 돈을 벌고 싶지만, 그러면 한국을 나가야 하니까 차라리 더는 나이를 먹지 않으면 좋겠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고려인동포 4세 ㅇ(17)양의 말엔 고려인 청소년들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나경(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연구위원)·선봉규(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연구교수) 박사는 지난 27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인문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광주 거주 고려인동포 청소년의 생활 실태에 관한 탐색적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고려인동포 4세, 5세는 법적지위가 외국인이어서 한국사회에 적응·정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재외동포법에서 고려인은 3세(부모 또는 조부모의 일방이 한국 국민이었던 자)까지만 재외동포로 인정하고 있어서다.

지난 27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인문연구소 주최로 ‘백인의 식탁 천인의 놀이터’라는 주제로 연구소 개소기념 학술대회와 문화공연 행사가 열렸다. 고려인인문연구소 제공
지난 27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인문연구소 주최로 ‘백인의 식탁 천인의 놀이터’라는 주제로 연구소 개소기념 학술대회와 문화공연 행사가 열렸다. 고려인인문연구소 제공
광주광역시에 등록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는 2017년 12월 현재 2869명이지만, 다른 지역에 등록해 광주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약 4000여명에 달한다. 광주지역의 다문화학생은 2017년 4월 현재 초·중·고 287개교에 재학중이며, 초등학생 1987명, 중학생 377명, 고등학생 245명 등 2609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소련의 강제이주 및 민족어 사용금지 정책으로 한민족의 언어를 상실한 채 살아왔다. 고려인 동포 4세, 5세 등 청소년들은 한국어뿐 아니라 역사·문화 등을 모르고 살아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10~12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청소년과 관련 기관 관계자 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11~23살 사이의 고려인 동포 청소년들에게 가정생활, 학교생활, 지역사회생활 등과 관련한 질문을 던져 답변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 부모와 떨어져 보내다가 아무런 준비 없이 한국에 온 청소년들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갖게 되며, 부모와의 관계를 더욱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더이상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 왜냐면 늦게까지 ‘노가다’(노동)만 하니까. 자기나라에서는 음악가였어요. 근데 여기서는 늦게까지 노가다만 하니까 완전히 그냥 스트레스 막, 육체적으로 스트레스 받는데 집에 왔어. 그럼 너무 피곤해서 대화하기도 싫고, 대화가 안 되고.” (면담자 1)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해 결석하거나 학교 수업을 정상적으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언어적 한계 및 문화적 차이는 일상생활 및 학교생활의 부적응으로 이어지며, 정체성 확립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수업이 좀 어려워요. 제가 전공 수업은 좀 어려워요. 언어 쪽….문법이...그리고 이번에 제가 문학만 수강신청 했어요.” (면담자 2)

지난 27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인문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와 문화공연이 열렸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홍인화 소장. 고려인인문연구소 제공
지난 27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고려인인문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와 문화공연이 열렸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홍인화 소장. 고려인인문연구소 제공
광주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청소년들에게 한국어는 큰 고민거리다. 고려인동포 청소년들은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넘어 사교육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학원 다녀요. 몰라 그냥 집에서 러시아 선생님이 강의해줘요. 제 동생이랑. 고려인 선생님. 여기에 있는 집에서. 한 달에 20만원. 두 명. 다섯 번. 주말에만 쉬어요. 선생님 집 아니고, 그냥 방을 빌려 가지고 하는...다른 친구들도 많이 배웠어요. 40명 정도 배워요. 한 수업에는 1조에 5명 정도 해서 수업해요. 한국어 실력마다 달라요. 잘하는 사람 따로. 할머니의 친구, 그 친구의 손녀, 그 손녀의 아들이 거기 다녀서 알았어요.” (면담자 3)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언어·문화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려인 동포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고려인동포 청소년들의 입국실태 등 기초적 통계와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 김나경 연구위원은 “재외동포법의 동포 범위를 확대해 동포 청소년들이 한국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 자치단체나 교육청 등에서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한국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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