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삼양동 주민들과 작별인사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옥탑방 한달살이''를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부인 강난희씨와 함께 서울 강북구 삼양동 현장을 떠나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8.19 kane@yna.co.kr/2018-08-19 10:10:01/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남북 균형 발전 정책이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서울 집값 폭등에 불을 댕긴 여의도, 용산 개발 계획을 보류하면서 균형 발전을 위한 강북 집중 투자도 단기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서울 집값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보이는 게 현실이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강북 옥탑방 1달 살이’를 마치고 강남북 균형 발전과 격차 해소를 위해 강북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비강남 경전철 4개 사업을 재정 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하고 3개 서울시 산하기관을 강북으로 이전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애초 박 시장의 강남북 균형 발전 구상은 강북의 낙후 지역 활성화 효과와 서울시의 발전 중심을 강남에서 다시 강북으로 옮긴다는 상징적 효과가 기대됐다. 그러나 수백조원의 유동성이 먹잇감을 찾아 폭발물처럼 떠돌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서울에 대한 어떤 대규모 투자도 집값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있다. 당분간은 모든 대규모 투자를 중단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시민단체들도 개발 정책으로 전환한 듯한 박 시장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7일 “박 시장의 정책들은 주거 불안 해소가 아닌 ‘통개발’, ‘서울 지하화’, ‘강북 토건투자 확대’ 등 균형 개발을 명분 삼은 땅값 상승 조장책으로 불로소득만 늘렸다”며 “막대한 불로소득만 키워낸 여의도, 용산 개발은 보류가 아니라 전면 철회돼야 하며, 관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땅값 상승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추진되던 강남 개발 정책들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2023년까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에 차도와 철도역, 상업시설, 주차장을 건설하고 지상에 시청광장 2.5배 크기의 대형 광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게다가 2025년까지 잠실 올림픽 경기장을 스포츠, 문화 콤플렉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현재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개발’을 통한 강남북 균형 발전 정책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여의도, 용산 개발을 발표하면서 수요 조사를 했는지 의심이 든다”며 “강북 발전 계획도 경전철 사업을 빼고는 대부분 뜬구름 잡는 얘기다. 한꺼번에 모아서 발표할 게 아니라,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하나씩 신중하게 발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여의도와 용산은 이미 충분히 개발돼 있어 더 과밀하게 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여의도는 공실도 많다”며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강북에 교통 인프라와 좋은 학교를 확충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북에서 주택을 정비하고 인프라를 구축해도 강북 시민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장 거점을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을 높이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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