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 드 디엠지(Tour de DMZ) 2018 국제자전거대회’가 열린 31일 오전 인천 강화 고인돌체육관을 출발한 선수들이 강화통일전망대 주변 철책선 근처를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9월4일까지 닷새동안 진행된다. 강화/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쾌청한 날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호우경보가 내려진 곳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볕은 뜨거웠다. 뜨거운 태양 아래, 남과 북을 갈라놓은 철책선이 새삼 이곳이 ‘분단의 땅’임을 실감케 했다. 8월31일, ‘뚜르 드 디엠지(Tour de DMZ) 2018 국제자전거대회’가 열린 인천 강화도의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이날 오전 강화 고인돌체육관 앞으로 세계 각지의 자전거인들이 모여들었다. 남북 접경지를 자전거로 달리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오자, 세계 각지에서 모인 300여명의 자전거 선수들은 저마다 자전거에 올라 출발을 준비했다. 그들이 쓴 안전모(헬멧) 아래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굳게 다문 입술에선 긴장감도 엿보였다. 10시 정각, 출발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자, 각 나라 대표 선수들은 일제히 강원도 고성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내디뎠다.
31일 인천 강화에서 시작된 ‘뚜르 드 디엠지(DMZ)’에 참가한 미국 선수. 도로 뒤로 해안선 철조망이 보인다. 사진 채윤태 기자
이 대회는 이날 인천 강화를 시작으로 9월4일까지 닷새 동안 열린다. 지뢰 등이 깔린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비무장지대 ‘접경지역’을 따라 달리는 대회다. 경주 구간은 인천 강화에서부터 경기 김포·연천을 거쳐 강원 화천·인제·고성으로 이어지는 길로, 전체 479㎞다. 이 가운데 40㎞는 민간인 통제 구역(민통선)이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경기가 열리는 지역이 북한과의 접경지라는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 순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출발을 준비하던 미국 청소년 대표팀 에이든 매케니얼(17) 선수는 “여기가 북한과의 접경지역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최근의 화해 무드 때문에 걱정되지 않는다”며 “흥분된다. 이번이 나의 첫 아시아 대회 출전이다. 꼭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말했다.
‘뚜르 드 디엠지(Tour de DMZ) 2018 국제자전거대회’가 31일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인천 강화 고인돌체육관을 출발하고 있다. 강화/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연이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평화 무드’ 덕에 대회 풍경도 달라졌다. 지난해 대회에는 경색된 한반도 분위기 속에 출전 외국인 선수가 90명에 그쳤지만, 올해는 151명으로 대폭 늘었다. 개회식에 참석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다”며 “이번 대회가 한반도 평화를 넘어 인류의 평화를 향한 힘찬 페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와 인천시, 경기도, 강원도가 공동주최하고 대한자전거연맹이 주관한 이번 대회에서는 ‘제3회 국제청소년도로사이클대회’와 ‘마스터즈 도로사이클대회’ 등도 함께 열린다. 강화에서 화천까지 257㎞를 달리는 마스터즈 대회에는 23개 팀 151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국제청소년도로사이클대회는 아시아 유일의 국제사이클연맹(UCI) 공인 국제 청소년 도로사이클 대회다. 국가대항전으로 진행되며 카자흐스탄, 미국, 프랑스 등 17개 국외 청소년팀 102명이 참가한다. 국내 청소년도 48명이 참가했다. 2일 시작되는 연천자전거투어에는 자전거 동호인 897명이 참가해 연천 지역을 순환하는 62㎞ 코스를 달릴 예정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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