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의 무덤에서 발견된 퇴계 이황 선생의 친필 만장.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경북 안동의 한 무덤에서 퇴계 이황 선생이 직접 쓴 친필 만장이 450여년 만에 출토됐다. 만장은 죽은 이를 애도하며 쓴 글로 출상 때 장대에 묶어 깃발처럼 들고 상여의 뒤를 따른다.
한국국학진흥원은 3일 “안동시 풍산읍의 한 무덤에서 길이 126㎝, 너비 39㎝의 한지에 고인의 공덕을 기리는 글씨가 적힌 만장이 발견됐다. 5언율시로 지은 이 만장은 퇴계 이황의 친필로 확인됐다. 만장의 양쪽 끝에 연꽃 그림까지 그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 만장은 한지 2장을 위 아래로 붙여 만들었으며, 3겹으로 돼 있다. 발견 당시엔 서로 달라붙어 있었지만 크게 훼손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한국국학진흥원은 “퇴계 선생의 친필은 시나 문집 형태로 많이 남아있지만 이 만장의 글씨처럼 큰 글씨는 매우 드물다,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이 무덤 주인은 퇴계의 처삼촌인 안동 권씨 문중의 ‘권굉’으로 알려졌다. 만장은 권굉이 이 곳에 묻힌 지 453년 만인 지난해 무덤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퇴계의 만장 외에도 서애 류성룡의 부친인 류중령, 퇴계의 제자 변영청 등이 남긴 만장 등 모두 14점이 발굴됐다.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자료부장은 “16세기 중반의 만장은 처음 출토됐으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만장의 내용도 기존 문집에는 없는 내용으로 당시의 장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 후기엔 장례가 끝나면 만장을 태웠지만 초기엔 장례를 치른 뒤 보존해 묻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만장의 보존 처리가 끝나는 대로 오는 10월께 전시할 계획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퇴계의 만장 등 14점의 만장을 함께 문화재로 신청할 예정이다. 보물급으로 본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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