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서울 집값 급등세를 잡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서울권의 일부 그린벨트 해제를 제시하며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다. 녹지를 지키는 것보다 당장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쥔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할 수 있지만, 마지막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내심으로는 그린벨트를 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빌딩 숲에서 주중을 보낸 서울 시민들은 주말이면 북한산과 관악산 등 주변 산으로 달려간다. 서울에서 ‘초록’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의 녹지는 세계적인 도시와 비교해 매우 부족한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메트로폴리탄’ 2014년 통계를 보면, 한국 수도권의 녹지 면적은 인구 100만명당 4.6㎡로 최하위권이다. 게다가 서울의 녹지는 외곽에 집중돼 있고 산과 언덕이라 뉴욕, 런던, 파리 등 도심에 넓은 녹지가 있는 세계 대도시들과 비교할 수 없다. 이렇듯 서울의 녹지는 접근성이 형편없지만 그런 녹지라도 지키고 있는 것이 서울의 그린벨트다.
더욱이 서울의 주택 사정은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공급해야 할 정도가 아니다. 서울의 1㎢당 인구밀도는 1만6000명으로 세계적 대도시인 뉴욕의 2.3배, 런던의 3배, 도쿄의 2.5배, 베를린의 3.9배에 이른다. 이미 다른 나라 대도시의 2~4배에 이르는 사람과 집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또 집과 사람을 더한다면 서울의 주거 환경은 그만큼 악화된다. 더욱이 이런 서울에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면 중장기적으로는 그 주택보다 더 많은 사람을 불러들이게 된다. 끝없는 악순환이다.
또 서울의 주택 문제는 단지 공급만으로 풀 수 없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향후 5년 동안 서울의 연평균 신규 주택 수요는 5만5000채인데 신규 주택 공급은 7만2000채로 예상된다. 매년 공급이 수요를 1만7000채나 초과한다. 주택 보급률도 96.3%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집이 부족하다고 한다. 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서울 사람 절반이 서울의 집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과거에 그린벨트를 풀어서 지은 아파트의 사례를 보면 우려는 그대로 확인된다. 이명박 정부는 서민에게 보금자리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강남권의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를 지었다. 그러나 그렇게 탄생한 강남 세곡지구의 아파트는 이미 고가 주택의 반열에 올라 투기 대상이 됐다. 과거의 그린벨트 해제에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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