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가두 방송’의 주인공 차명숙(58·대구경북 5·18동지회장)씨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차를 타고 계엄군의 만행을 폭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차명숙씨 제공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계엄군 등에 의한 여성 성폭력·성고문 범죄에 대한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가족부와 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가 공동으로 꾸린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지난 6월8일부터 12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진상조사와 피해신고 등 활동을 하고 있다. 공동조사단 한 관계자는 7일 “단순 성폭력 피해자와는 달리, 생존자들이 국가폭력 트라우마가 있는 상태인데다 당사자나 가족 등이 접촉을 꺼리는 등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은 10월31일까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실시해 5·18진상규명위원회에 결과를 이관할 방침이다.
하지만 5·18특별법엔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은 조사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다. 5·18특별법(제3조 제1호)엔 진상 규명의 범위로 △민간인 학살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사망·상해·암매장 사건 및 그밖의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및 조작의혹 사건으로 돼 있다. 5·18특별법 제정 당시엔 이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계엄군 등에 의한 여성 성폭행 범죄 의혹(<한겨레> 5월 8·9일치 1면)이 알려진 뒤 최경환 의원(민주평화당) 등이 진상 규명 범위에 5·18 성폭력 사건을 명시한 5·18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1980년 5·18 당시 광주 금남로에서 공수부대 등 계엄군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진압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자료사진
이 때문에 5·18 성폭력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김영필 교수(국회 고성연수원)는 최근 국회 ‘5·18과 여성 성폭력’ 세미나에서 “5·18 성폭력 문제는 인권유린이나 폭력의 사례 가운데 학살이나 암매장 등 다른 이슈보다 경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상규명위원회에 여성 조사위원이 참여하고 진상규명위원회에 여성 성폭력 사건을 전담할 소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은 5·18특별법 시행일(14일)이 다가왔는데도, 진상조사위원 추천조차 미루고 있다. 5·18특별법엔 △국회의원 추천 1명 △여당 추천 4명 △야당 추천 4명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최경환 의원은 “두 당에서 위원 추천을 하지 않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직원 등을 미리 임명하지 않아 위원회 출범과 함께 업무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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