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10일 대법관 때 쌍용차 정리해고 판결을 내렸던 박보영 판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제공
‘시골판사’를 자청한 박보영(57) 전 대법관의 첫번째 출근길은 험난했다.
박 전 대법관은 10일 오전 9시30분께 전남 여수시 학동의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사무실로 경찰 등의 경호를 받으며 가까스로 출근했다. 그는 이날 쌍용차 정리해고 판결의 주심으로 회사 쪽 손을 들어주었던 전력 때문에 거센 항의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노동자 40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판결을 파기환송한 데 대한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이 가운데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등 해고노동자 대표 4명은 당시 판결문을 들고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박 판사는 회사가 정리해고 요건을 제대로 갖췄고 회계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 이 판결로 30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무관하다고 회피하겠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쌍용차 대법원 판결은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이고 노조 파괴공작도 국정원 기무사 청와대 회사 등이 사전에 모두 한통속으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의 지난 과오를 추궁하기보다 정확한 사실을 듣고, 이를 통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 판사는 공직에 있었고, 다시 공직에 있기 때문에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 인생 2막을 시골판사로 지내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살겠다면, 앞서 적폐판사들이 받았던 전관예우를 끊고 꽃길을 거부해야 한다. 면담과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촉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쌍용차 판결에 대한 태도를 밝히는 대신 첫 출근의 소감만 짧게 밝혔다. 그는 법원 직원을 통해 “고향 쪽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 초심을 잃지 않고 1심 법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11월 쌍용차 해고노동자 노아무개(당시 41)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의 상고심에서 노동자 쪽의 손을 들어준 2심을 깨고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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