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역사공원 조성현장 전경. 서울 중구 제공
서울 중구 서소문공원이 올해 안에 ‘역사 공원·천주교 순례지’로 거듭난다.
서울 중구는 “서소문역사공원은 지난달 말 골조 공사가 끝났으며, 현재 공사 마감 단계에 들어갔다”고 10일 밝혔다. 오는 11월 말까지 조경 등 외관 공사를 끝내는 것이 구의 목표다. 공원 내부 공사와 전시물 조성은 등은 외관 공사가 끝난 뒤 위탁기관인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진행할 방침이다.
서소문역사공원은 지상 1층~지하 4층, 연면적 2만4700여㎡ 규모로 조성된다. 지상은 역사 공원으로 꾸미고, 지하에는 기존 주차장을 줄여 역사 전시실, 기념관, 추모 공간, 편의 시설 등을 설치한다.
1973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된 서소문공원은 원래 ‘서문 밖 순교지’로 불리던 천주교 성지다. 19세기 초·중반 한국 천주교 초기 신앙인들이 ‘인륜을 저버린 죄인’이라는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이 곳에서 처형됐다. 한국 천주교 103위 성인 가운데 44명이 이곳에서 순교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는 인근 서울역과 함께 노숙인들의 쉼터가 됐다.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복식에 앞서 이곳을 참배했다. 오는 14일에는 서소문역사공원이 포함된 ‘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아시아 최초로 로마 교황청 공식 순례지로 선포된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명동성당~서소문~절두산 순교성지~새남터~가회동 성당 등 천주교 사적지와 순교 성지를 잇는 27.3㎞ 도보 코스다.
천도교 등 다른 종교계에선 서소문공원이 ‘천주교 성지화’하는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천도교가 중심이 된 ‘서소문역사공원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순례길에 포함된 서소문 역사공원이 천주교만의 성지일 수 없다. 서소문공원을 천주교 성역화하는 것은 종교 편향”이라고 주장했다.
또 해마다 약 30억원씩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 공원 운영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구 예산만으로 충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천주교계와 협의해 이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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