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는 민선 7기 이재수 시장이 취임한 지난 7월부터 내부 문서와 청내 게시판, 보도자료 등에 ‘춘천시’ 대신 ‘춘천시정부’로 명칭을 바꿔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춘천시가 발행하고 있는 소식지에 실린 춘천시정부 표현. 봄내소식지 갈무리
강원 춘천시가 민선 7기 들어 ‘춘천시’ 대신 자치·분권을 강조하는 ‘춘천시정부’라는 명칭을 써 눈길을 끌고 있다.
춘천시는 이재수 시장이 취임한 지난 7월부터 시정을 알리는 소식지와 청내 게시판, 보도자료 등에 ‘춘천시’ 대신 ‘춘천시정부’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13일 밝혔다. 진정한 자치·분권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 행정관 출신인 이 시장 지시에 따른 조처다.
지방정부라는 명칭은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도 담겨 있었다. 주요 내용은 ‘지방분권국가’를 헌법 1조에 명시했고,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을 ‘지방정부’로 바꾼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의 주체를 ‘정부’가 아닌 법인격인 ‘지방자치단체’로 정해 중앙정부의 행정을 대리하는 단체로 격하한 것을 바로잡은 것이다. 앞으로는 제한적인 자치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지방의 정치와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 개헌안은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실제로 그동안 사용돼온 지방자치단체라는 표현은 그동안 지방분권과 자치를 비하하는 명칭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 ‘지방정부’나 ‘지역정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방정부’라는 표현 대신 ‘지역정부’로 바꾸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송상훈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에 대립하는 지방이라는 명칭을 영토적·공간적 의미인 ‘지역’으로 바꾸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일선 행정기관 또는 중심에서 떨어진 변방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이미 2013년부터 ‘중앙’과 수직적 관계를 의미하는 ‘지방’ 대신, 수평적인 뜻인 ‘지역’ 명칭을 사용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춘천시가 ‘춘천시정부’라는 명칭을 사용한 데 해대 시 의회에선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운기 춘천시 의원은 “춘천시정부라는 명칭은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지방자치법을 위배한 것이다. 지방행정은 법률적 근거를 토대로 해야 일관성과 안정성,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승혁 춘천시 기획담당은 “춘천시정부는 ‘시민이 주인인 정부’라는 뜻으로 개헌이 되지 않은 현재로선 수사적인 표현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공문서 등에선 여전히 춘천시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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