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협동조합이 결혼식까지?’

춘천 한샘고 학생들 협동조합 꾸려 결혼식 준비·진행
메이크업·답례품·웨딩드레스·청첩장도 학생들이 척척
배움을 현장에서 적용…학교협동조합의 새 모델로 주목

특성화고인 한샘고가 올해부터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결혼식을 준비·진행하는 ‘한샘웨딩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한샘고 학생들이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한 어기영·김순식 부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한샘고 제공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웨딩 전문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강원 춘천의 한 고등학교가 매점 등 먹거리 위주에서 벗어나 결혼식을 준비·진행하는 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샘고는 17일 오후 춘천 하루스튜디오에서 어기영·김순식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 촬영을 진행했다. 오전엔 한샘고 학생들이 신랑·신부의 화장과 웨딩드레스, 손톱·피부 관리 등을 도왔다. 신부 김순식(53)씨는 “평소 웨딩드레스를 입고 이쁘게 화장도 한 채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비용이 부담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학생들 덕분에 평생소원을 이뤘다”며 환하게 웃었다.

특성화고인 한샘고가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한샘웨딩이야기’는 학교협동조합 활동의 일환이다. 학교협동조합은 한샘고뿐 아니라 여러 학교에 있지만 학교 매점 등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샘웨딩이야기는 다르다. 특성화고에서 배우는 내용과 협동조합 사업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미용학과는 메이크업, 조리학과와 화장품응용과학과는 쿠키와 향초 등 답례품, 패션디자인학과는 웨딩드레스, 디자인학과는 청첩장을 만드는 식이다. 이 학교 협동조합에는 33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변은지(패션디자인학과 3년)양은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해 볼 수 있어 너무 좋다. 미리 사회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샘고가 올해 리마인드 웨딩 등 결혼식 준비·진행을 돕기로 한 부부는 5쌍이다.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 가정과 장애인 부부와 노년 부부의 리마인드 웨딩, 알뜰한 비용으로 의미 있는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하는 신혼부부 등 대상도 다양하다. 내년에는 사업 대상을 더 늘릴 계획이다. 올해는 사업 초기인 만큼 학생들의 경험을 쌓는다는 차원에서 무료로 진행한다.

공병준 한샘고 담당 교사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미리 사회를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매점으로 일반화된 학교협동조합의 새로운 모델도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