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현 전주완산경찰서 경제1팀장이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농협 조곡 매매대금을 가로챈 일당의 검거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제공
수매한 조곡(도정 전 쌀)을 판매해 주겠다고 농협을 속여 조곡을 받은 뒤 판매대금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사기)로 조곡 유통회사 대표 ㄱ(57)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ㄱ씨의 범행을 도운 농협 직원 ㄴ(48)씨 등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조곡을 주면 쌀을 판매해서 대금을 주겠다”며 충남 아산의 한 농협을 속이고 조곡 90만t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농협의 독촉에 일부만 지급하고 대금 지급을 미뤘다.
이들은 또 지난해 5월 급전이 필요한 전남의 한 회사 대표 ㄷ(38)씨에게 접근해 “담보를 제공하면 사업자금을 융통해주겠다”고 속여 수십억원 가치의 부동산을 넘겨 받았다. 이후 이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해 인천지역 ㄹ농협으로부터 조곡 20억5천만원 상당을 받아 가로챘다. ㄱ씨 등은 조곡을 팔아 큰 돈을 챙겼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부동산을 담보로 잡힌 ㄹ씨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가로책 28억9천만원 가운데 2억2천만원은 갚았으나, 나머지 대금은 개인 채무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농협의 고소장을 접수받고 통장 거래내역과 근저당권설정계약서, 거래장부 등을 면밀히 분석해 ㄱ씨 등의 범행을 밝혀냈다.
경찰은 조합원들이 수확한 조곡을 농협에서 대량 수매해 팔아야 하는 어려움과, 사업자금이 필요하지만 이미 담보를 잡혀 추가 대출이 어려운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범죄수법이라고 설명했다. 김명현 전주완산경찰서 경제1팀장은 “양곡수매의 애로점과 담보대출 강화 조건을 악용한 사기 수법으로,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