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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는 ‘돼지 냄새’ 보도…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흔들기, 왜?

등록 2018-09-24 13:51수정 2018-09-24 18:52

월스트리트저널·일부 국내 언론 부정적 보도
공공기관 추가이전 거론되면서 더욱 커지는 양상
공단 대응 자제…“인기없는데 지원자는 왜 많을까?”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언론 보도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언론 보도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
미국의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비하하는 보도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월11일 오전 10시57분(미 동부시간) 인터넷판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자격요건으로 “돼지와 가축 분뇨 냄새에 대한 관용은 필수”라고 보도하며 조롱하는 뉘앙스의 돼지 삽화를 그려 넣었다. 기금운용본부장의 선임에 애를 먹고 있는데, 이는 시장 평균을 밑도는 급여수준 때문으로, 여기에 공동 숙소 생활과 축사 분뇨 냄새를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국내 매체들이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 되려면 돼지 냄새 참아라?’, ‘외신도 비꼰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인물난’ 등의 내용으로 비꼬는 보도를 이어갔다. 특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공기관 122곳 지방이전을 거론하면서 기금운용본부 흔들기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600조원이 넘는 국민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7년 2월 서울에서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전북혁신도시에는 국민연금공단과 농촌진흥청 등 정부기관 12곳이 옮겨왔다. 이전 논란이 일면서 2013년 개정된 국민연금법은 “기금이사가 관장하는 부서의 소재지는 전라북도로 한다”고 못박았다.

세계 3대 연기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비판적으로 최근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의 화면. 누리집에서 갈무리
세계 3대 연기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비판적으로 최근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의 화면. 누리집에서 갈무리
이에 따라 전북도 등은 기금운용본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북혁신도시에 제3금융중심지 육성 전략을 세웠다. 서울, 부산에 이어 세번째로 금융중심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에서 전북혁신도시에 제3금융중심지 육성을 공약했다. 더욱이 공공기관 122곳 추가이전 얘기가 나오면서 관련 기관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이 종합금융이고, 부산이 해양·파생금융 중심이라면, 전북은 연기금·농생명금융 중심으로 금융타운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부산 쪽에서 반발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의 전북혁신도시 금융중심지 지정 움직임을 반대했다. 부산상의가 ‘금융중심지 추가지정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과 관련해 제3금융중심지 추가지정 반대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부산상의는 “동북아 해양·파생 금융중심지 조성을 위해 2009년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됐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몇몇 금융공기업만 이전했을 뿐 외국계 금융기관은 물론 국내 증권사 한 곳도 이전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금융중심지가 제자리를 못 잡는 상황에서, 다시 전북혁신도시를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려는 것은 물적·인적 자원을 집적해야 하는 금융산업의 특성을 외면한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며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 수립때 금융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 지원을 촉구했다.

전북도는 부산지역 반발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북도는 제3금융중심지 조성 논의가 국민연금공단 및 기금운용본부 이전이 결정되면서부터 추진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세계 3대 연기금인 기금운용본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금융타운을 조성해 관련 은행,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전주시와 의회는 일부 언론 보도에 항의하며 현 정부의 공약인 제3금융도시의 조속한 조성을 촉구했다. 전주시 제공
지난 17일 전주시와 의회는 일부 언론 보도에 항의하며 현 정부의 공약인 제3금융도시의 조속한 조성을 촉구했다. 전주시 제공
그리고 전북도는 일부 언론의 비꼬는 보도 태도에도 반발했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난 17일 성명에서 “전북혁신도시를 시골로 묘사한 외국 언론보도를 국내 일부 중앙언론이 제대로 된 확인절차 없이 확대·재생산하면서 전북혁신도시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전북 도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지사는 그러면서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기금이 있는 새크라멘토(36만명)와 스웨덴의 국가연금 펀드가 있는 예테보리(50만명) 모두 전주(65만명)보다 인구가 적지만 투자에 전혀 문제가 없는 금융도시”라고 반박했다.

국민연금공단 쪽은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공단 한 관계자는 “정주여건 등 인프라 부분은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보도한 내용 중에서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대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인기가 없는 자리라면 1차 공모에서 16명, 2차 공모에서 30명이 왜 지원을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사임한 뒤 지난 2월 후임 공모에 들어갔으나 ‘적격자 없음’으로 판단을 내리고, 올해 7월 2차 공모에 들어가 5명이 인사위원회에 추천된 상태다. 국민연금공단 노조에서도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의도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기금운용본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자주 나올까? 전북지역에서는 기금운용본부를 그만둔 사람 등이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유는 막대한 기금을 활용해왔던 기득권 세력의 저항, 고정화한 서울중심주의 사고, 가족과 떨어진 생활 및 교통의 불편 등이다. 이 지역 출신 한 전문가는 “그동안 돈만 대주고 기금에 대한 경영권 행사를 하지 않았었는데,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니 갑자기 경영권 행사를 하겠다고 하니까 불안한 것이다. 특히 기금운용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전주를 방문해야 하는데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리니까 시간이 들고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도 한 관계자는 “이직률이 높은 기금운용직종에서 그만둔 사람들과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언론에 흘려 잊을만하면 비판성 기사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건물 전경. 박임근 기자
지난 19일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건물 전경. 박임근 기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기금운용본부를 이끌었던 전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달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운용실적을 좌우하는 건 사람과 시스템”이라며 “허허벌판으로 기금운용본부를 옮긴 이후 우수인력 이탈이 시작되더니 이제는 C급만 남았고, 1년 이상 방치되면 D급만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국내 경제신문은 그가 본부장으로 선정됐을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적인 보도를 한 바 있다.

국민연금 쪽은 언급을 자제하며 “기금운용본부 기금운용직 이직률이 2015년 5.6%, 2016년 14%, 2017년 11.6%로 전체시장 이직률 2015년 13%, 2016년 12.3%, 2017년 12.3%로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2016년에만 조금 높았을 뿐이다. 기금운용본부가 인기가 없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올해 6월말 현재 기금적립금이 638조원이다. 이 중에서 약 30%에 해당하는 191조원 상당을 해외 68개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해외투자 자산은 주식 119조원, 채권 25조원, 대체투자 47조원이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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