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여당 국회의원이 소유한 업체에 부실한 시공·관리의 책임을 물어 운영비 등을 환급받았다가 해고된 울산시 공무원이 해고취소 소송에서 이겼다.
시립 울산박물관에서 임대형 민자사업(BTL) 운영·관리 업무를 맡던 울산시 6급 공무원 김아무개(59)씨는 2016년 7월 울산 지진 여파로 박물관 안팎의 붙임 석재가 훼손되자 박물관 시공·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운영비와 시설임대료만 챙기고 하자보수와 유지관리를 소홀히 한 박물관 운영·관리 업체에 1억900만원을 환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되레 울산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 업체 회장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전직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다. 김씨의 상급자는 좋게 넘어가자며 김씨를 회유하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끝내 상급자의 지시를 거부하고 관리업체에 대한 추가분 환급과 계약해지 절차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지난해 2월 하급기관으로 전보됐다가 4월 해임 처분을 받았다. 울산시는 김씨의 해임 사유를 “직권을 남용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그 과정에서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품위 유지의 의무, 개인정보 보호법 등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씨는 “처분 내용이 사실과 너무 다르다”며 울산시 인사위원회와 소청심사위원회에 잇따라 해임처분 취소와 재심을 요청했다. 그러나 모두 기각되자 지난해 10월 울산지법에 울산시장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태규)는 지난 13일 해임처분 취소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무원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한 것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고, 오히려 민원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복지부동하는 것이 지방공무원법령상 징계 사유가 될 뿐”이라고 울산시의 처분과 정반대의 판단을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무원에게 소속 상사에 대한 복종 의무가 있으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징계 사유가 대부분 원고가 공익을 우선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해임이 부당했다고 밝혔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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