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암 발병 의혹이 있는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 장점마을의 전 이장 아들 김아무개(27)씨는 고질적인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대책위 제공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 의혹이 있는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 장점마을에 대한 역학조사의 부실을 주장하는 가운데, 환경부가 직접 조사를 언급하고 나서 주민들이 일단 수용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익산 장점마을주민대책위원회 및 장점마을비상대책민관협의회는 지난 19일 간담회를 열었다고 27일 밝혔다. 간담회에서 환경부는 주민들이 원하는 비료공장 직접 조사(시설 등)를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진행하기로 했으며, 집단 암 발병의 원인조사에 근접할 수 있는 방안도 역학조사팀에 요구하기로 했다.
지금 진행하는 역학조사의 부실을 주장한 주민대책위·민관협의회는 집단 암 발병의 원인지로 지목되는 마을 근처 비료공장에 대한 직접 조사를 생략한 채, 인접지 조사(주변 소나무·토양·지하수) 및 대조군 조사(청정·도심·산업 지역)만을 실시해 부실한 중간결과를 내놓았다는 지적을 받는 역학조사팀 총괄책임자의 교체를 촉구하기도 했다.
환경부 의뢰로 역학조사를 맡은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지난 7월 익산시청에서 중간보고회를 열어 그동안의 진행과정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은 장점마을에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청정지역 보다 최대 5배가 검출됐다는 것 등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조사과정에서 주민의견을 반영하지 않았고, 중간보고회 이전까지 조사가 비밀리에 이뤄지면서, 정부가 암 발병의 원인보다는 생색내기식 조사가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주민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환경부는 조사가 진행중이어서 역학조사 총괄책임자를 교체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결과는 오는 12월 발표할 예정이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환경부가 적극 나서기로 했기에 일단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사 자체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에 들어선 비료공장이 500m 가량 떨어져 있는 익산 장점마을은 80여명이 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주민 25명이 암에 걸려 14명이 사망했다. 최근 암 발생자가 1명이 늘어 투병 중인 암환자가 11명이며, 전 이장의 아들 김아무개(27)씨는 고질적인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 익산시는 지난해 4월 환경오염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이 업체에 대해 공장폐쇄명령을 내렸고 법적소송 끝에 입찰 진행 중이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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