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북구 망월동 옛 5·18 묘지 들머리 땅에 박힌 전두환씨 부부 민박기념비. 전씨 부부가 1982년 3월 광주에 오지 못하고 인근 전남 담양에서 숙박하고 세운 비다. 1989년 1월 광주전남민주동우회가 망월동 묘지 앞에 묻었다. 안내문엔 5월 영령의 원혼을 달래는 마음으로 이 비석을 짓밟아 달라고 적혀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재판 관할 법원을 이전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전씨는 지난 5월 3일 “고령으로 광주에 갈 수 없다”며 같은 요구를 한 적이 있다.
27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1일 법원에 관할 이전 신청서를 접수했다. 광주에서는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없어 서울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에는 ‘지방 민심 등 사정으로 재판의 공평을 유지하기 어려운 염려가 있는 때”엔 검사나 피고인이 관할 이전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법원은 관할 이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재판이나 소송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씨의 두번째 공판 기일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광주지법의 방청권 배부도 취소됐다.
지난 5월 3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는 고령을 이유로 재판부 이송 신청을 낸 바 있다. 또 증거 및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기 신청도 두 차례나 냈다. 이 때문에 애초 5월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첫 공판 기일이 두 차례 연기됐다. 재판부는 이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달 27일 첫 공판을 열었지만, 전씨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아 재판이 다음달 1일로 미뤄졌다. 이 때문에 “전씨가 재판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관할 이전 신청을 한 것은 재판을 연기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전씨는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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