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 서포터즈' 회원들이 6월24일 낮 서울 청계광장에서 안전한 자전거 문화를 홍보하는 자전거 행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탁상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자전거 안전모(헬멧) 의무 착용이 28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안전모 미착용을 단속·처벌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안전모 착용 의무화에 대한 비판 여론에 국회에서는 의무 착용 규정을 완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용자는 물론, 공공 자전거를 운영하는 지방정부들까지 혼란스러워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8일부터 자전거 안전모 의무 착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고 27일 밝혔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는 이밖에도 자전거 음주운전 단속과 자동차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등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21일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에서 ‘노력’으로 바꾸는 도로교통법 재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모든 자전거 운전자에게 “안전모 등을 반드시 착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개정된 도로교통법 조항을 “안전모 등을 착용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바꾼 것이다. 재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안 의원은 “자전거를 잠시 이용하거나 공용 자전거를 타는 등 안전모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그런데도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지방정부들은 안전모 도입을 보류하거나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서울시는 7월20일부터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에 안전모 1500개를 시범 비치했지만, 10월까지만 이를 유지한 뒤 모두 회수할 방침이다. 지난 8월24일 서울시의 조사 결과를 보면, 공공자전거에 안전모를 비치해도 97%의 시민이 사용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모를 시범 공급해보니 착용률도 낮고, 행정안전부에서는 단속 의지도 없기 때문에 더는 비치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도로교통법 재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현재까지 자전거 안전모 200개를 공공자전거 ‘타슈’의 이용 빈도가 높은 대여소에 비치했다. 그러나 대전시도 새 도로교통법에 대한 재개정안이 발의된 점을 고려해 ‘안전모 4000개를 사 공공자전거에 비치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보류했다. 한근순 대전시 자전거계장은 “추경으로 안전모 구입비 9천만원을 확보했으나, 일단 구매를 보류하고 법 개정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는 공공자전거 ‘누비자’ 안전모 2천개를 우선 구입해 이 가운데 1천개를 1차로 28일까지 누비자 무인터미널에 배치하기로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법 재개정이 논의되고 있어 그 결과를 보고 추가로 안전모 3천개를 사들일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시와 경기 고양시는 자전거 안전모 도입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2일부터 일산 호수공원 일대에서 공영자전거 ‘피프틴’ 안전모 150개를 시범 비치했으며,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300개가량을 추가 비치할 계획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특별교부세를 받아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6월부터 각 자치구에 안전모 추가 확보를 요청했다. 대여소에 마련된 안전모는 지난 5월 모두 480여개에서 현재 820여개까지 늘어났다.
채윤태 송인걸 최상원 김영동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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