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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은 왜 ‘황제노역’ 허재호를 2번이나 무혐의 처분했나

등록 2018-09-30 16:34수정 2018-09-30 21:03

광주지검 허 전 회장 ‘봐주기 수사’ 논란
2014년 ‘황제노역’ 파문 뒤 63억 탈세 적발
국세청 고발로 수사했지만 무혐의 처분
이듬해 광주고검 재수사 명령에도 무혐의 종결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2014년 2월 뉴질랜드 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2014년 2월 뉴질랜드 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으로 공분을 샀던 허재호(76) 전 대주그룹 회장의 조세포탈 의혹 고발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검찰은 허 전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가 고발인인 국세청의 항고로 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 명령을 받고 수사를 재개했지만, 다시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해 ‘황제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기수사란 고등검찰청이 항고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불기소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수사하도록 해당 검찰청에 명령하는 것이다.

30일 광주지검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2014년 4월 차명 주식 매각 과정에서 양도세 등 6억8천만원을 탈루한 혐의로 허 전 회장을 조사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황제노역 파문이 일자 허 전 회장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양도세·증여세 등 국세 63억원을 탈세한 사실을 적발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된 6억8천만원을 특정해 허 전 회장을 고발했다. 허 전 회장은 2002년 5명의 명의를 빌려 신탁해둔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78억원)을 2008~2010년 매각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광주지검은 2015년 7월 21일 허 전 회장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당시 광주지검 김희준 차장검사는 “(허 전 회장이) 차명으로 신탁한 주식대금을 사용했다고 지목한 사람이 소재 불명이어서 허 전 회장에 대해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지만, 수사를 종결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허 전 회장은 이 틈을 타 뉴질랜드로 슬그머니 출국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지검 관계자는 “당시 수사를 통해 허 전 회장이 ㅋ사의 법인세 탈세에 관여된 게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자 국세청은 반발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광주고검에 항고했고, 광주고검은 이를 받아들여 2015년 12월21일 ‘재기수사 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 명령은 고등검찰청이 항고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불기소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해당 검찰청에 수사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수사의 결론도 똑같았다. 광주지검은 2016년 8월 10일 ‘탈세에 관여한 혐의가 없다’며 허 전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다만 검찰은 허 전 회장 관련 회사의 관계자 1명만 약식기소해 1억원의 벌금을 부과해달라고 청구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지검은 일당 5억원의 ‘황제 노역’ 파문 이후 허 전 회장의 국내외 은닉재산을 단 한건도 밝혀내지 못했고, 국세청이 고발한 허 전 회장의 탈세 사건까지 무혐의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미 2011년 12월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5년을 대법원에 확정 판결받은 허 전 회장이 추가로 세금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세금 탈루액(63억원)의 2~5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14년 <한겨레> 취재 결과 파악한 허재호 전 회장의 국내외 재산 현황 (* 누르면 확대됩니다.)
2016년 이 사건 종결 당시 광주지검장은 김회재, 특수부장은 노만석, 수사 검사는 이방현 검사였다. 특수부장으로 이 수사를 지휘한 노만석 검사는 “2년 전 사건이어서 기억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취재하고 싶으면 광주지검 특수부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방현 검사는 현재 국외 연수 중이다.

허 전 회장은 2010년 1월 400억원대의 세금과 벌금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출국해 살면서 2014년 2월 카지노에서 도박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직후인 2014년 3월 중순 허 전 회장은 “벌금 낼 돈이 없다”며 하루 5억원씩을 탕감받는 구치소 노역을 했다가 공분을 샀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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