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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을…’ 청소노동자 임금 빼돌린 용역업체 대표 구속

등록 2018-10-04 10:29수정 2018-10-10 08:45

수당 미지급·노동자 수 부풀리는 수법
담당 공무원도 직무유기 불구속 입건
경찰, 16개 구군 수사 확대…노조 “직고용이 답”
지난해 5월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들머리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인권유린 등의 글이 적힌 종이를 ‘적폐청산 쓰레기통’에 담아 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지난해 5월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들머리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차별, 인권유린 등의 글이 적힌 종이를 ‘적폐청산 쓰레기통’에 담아 버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부산의 한 지자체와 계약한 청소용역업체가 노동자 수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몇 년 동안 노동자 인건비를 빼돌렸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해당 지자체는 한해 몇십억원의 예산을 지급하고도 제대로 관리·감독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일반연맹 부산본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ㄱ(54)씨는 2016년 5월부터 부산 금정구의 청소용역업체 ㅊ업체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했다. ㄱ씨의 노동시간은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하루 평균 14시간이었다. 그는 “노동자 수는 적고, 쓰레기양은 많아 날마다 뛰다시피 수거작업을 했다. 낮과 밤이 바뀐 데다 업무 강도가 높다 보니 체력적 부담이 컸다. 지난해 1월 기계에 발이 끼는 사고를 당해 오른발에 23개의 핀이 박혀 있다. 동료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일하고 있다”고 했다.

ㄱ씨의 월급은 최저임금에 맞춰 지급됐다. 노동환경과 강도 등에 견줘 급여가 낮다고 생각한 그는 2016년 11월 노조를 설립했다. 이어 금정구와 ㅊ업체가 맺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계약서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금정구는 ‘개인정보’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제한된 자료만 공개했다. ㄱ씨는 공익 목적이라고 항변했지만, 금정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정치권 등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를 확보했다.

노조는 ㅊ업체가 2014~2016년 해마다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했던 직·간접 노무비 20여억원 가운데 연장노동 수당과 식대 등을 빼고 13억~14억여원만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ㅊ업체가 노동자 수를 부풀렸고, 이를 파악하지 못한 금정구가 예산을 더 많이 지급했다는 단서도 잡았다. 노조는 2016년 말 ㅊ업체가 노동자에게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혔고, ㅊ업체는 그해 지급하지 않은 수당 등을 지급하는 대가로 노조와 합의했다.

노조는 ㅊ업체 전 대표이사인 ㄴ(72)씨가 가족 등을 노동자로 허위 등록하고, 이들의 급여와 퇴직금 등을 빼돌렸다는 증거를 확보해 지난해 1월 부산경찰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횡령 등 혐의로 ㄴ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청소업체 대표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0~2017년 이런 방법으로 19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금정구청 청소행정과 담당 공무원 2명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부산 16개 구·군의 청소용역업체들도 이런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노조는 청소용역업체가 20~30년 동안 생활폐기물 수거업을 사실상 독점한 점, 장비와 시설 등 업무 특성상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관련법 등 때문에 이런 범행이 오랫동안 이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지자체가 청소용역업체에 예산을 지급하면서 제대로 관리·감독도 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봉주 공공연대노동조합 지도위원은 “지자체의 청소용역비를 살펴보면, 해당 업체의 이윤도 보장하고, 청소차 등 시설 감가상각비 등도 보전해준다. 이 예산으로 지자체가 장비와 시설을 사들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침에 맞고, 장기점으로 이익”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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