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0개 공공기관에 시범 비치된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 중 ‘코인 자판기’형 견본. 서울시 제공
생리대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여성들을 위해 서울시가 공공기관 화장실에 무료 생리대를 비치한다.
서울시는 성평등 기본조례 개정에 따라 오는 8일부터 공공시설 화장실 10곳에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를 비치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고 4일 밝혔다. 무료 생리대 자판기가 설치되는 곳은 △광진청소년수련관 △구로청소년수련관 △서울도서관 △서울시립과학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북서울미술관 △서울여성플라자 △중부여성발전센터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등 10곳의 공공시설 화장실이다.
서울시는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시민들에게 “공공기관에 무료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온라인 토론장 ‘민주주의 서울’에서 6월19일부터 7월18일까지 한 달 동안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1475명 중 1350명(92%)이 찬성, 109명(7%)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대다수 시민들이 우려하는 점은 남용 가능성이다.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이 많은 양의 생리대를 가져갈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성들은 본인이 평소에 쓰는 생리대가 있기 때문에 비상시 외에는 남용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이에 따른 보완책으로 서울시는 서울도서관 등 6곳은 안내 데스크에 비치된 코인을 넣어야 생리대가 나오도록 하는 ‘코인 자판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는 오는 12월까지 시범 사업을 진행한 뒤 결과를 분석하고 예산을 확보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 서울 도봉구는 전국 최초로 창동역 동쪽 공중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 무료 지급기를 설치했다. 구는 시범 사업을 거쳐 창동역 서쪽, 방학천, 방학사거리, 도봉산 입구 공중화장실 등에도 지급기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미국 뉴욕시는 2016년부터 시내 800여개 공립 중·고등학교에 무료 탐폰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했다. 지난 3월에는 식당, 정부기관 등에 여성용품을 무료비치하는 법안이 뉴욕주 의회에 발의됐다. 스코틀랜드도 지난 8월부터 전 초·중·고·대학교에 무료로 생리대를 제공하고 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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