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시장앞 구도심에 자리한 30년 전통의 원당서적이 폐점한 지 5년만에 다시 문을 열어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원당서적 최홍익(왼쪽) 점장과 남윤숙 대표. 박경만 기자
대형 프랜차이즈와 온라인 서점의 위세에 밀려 지역 서점의 폐업이 줄을 잇는 가운데 경기도 고양에 있는 30년 전통의 동네서점이 폐업 5년만에 영업을 재개해 지역주민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원당서적’이다. 덕양구의 전통시장인 원당시장 앞에 있다.
5년만에 ‘카페형 서점’으로 변신해 돌아온 원당서적을 7일 찾았을 때, 매장 안에선 손님들이 서가 사이에 드문드문 마련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원당서적은 일산새도시가 개발되기 전인 1986년 당시 고양군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역이었던 원당시장 앞에 문을 연 뒤 30년 가까이 원당의 유일한 지역서점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오프라인 책시장이 위축돼 더이상 존립이 어렵게 되자 2013년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엔 커피전문점이 들어왔다.
동네에 하나 뿐인 서점이 문을 닫자 오랜 세월 추억을 공유해온 지역 주민들의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남윤숙(51) 원당서적 대표는 커피전문점 계약기간이 끝나자 서점을 되살리기로 결심하고 지난 6월 서점 문을 다시 열었다. 새로 선보인 서점은 책과 커피, 독서공간이 어우러진 ‘카페형 서점’으로 230㎡규모의 매장에 문학·인문·아동·실용 분야 등의 서가와 추천도서 코너를 갖췄다. 서가 사이에는 좌석 70여개를 넉넉하게 배치했다. 입소문을 타고 예전 단골손님과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민 이아무개(42)씨는 “평소 책을 좋아해 집 가까운 곳에 북카페 하나 생겼으면 했는데, 분위기 좋은 책방이 생겨 초등생 딸과 자주 온다”고 말했다.
점장 최홍익(34)씨는 “커피전문점을 할 때도 손님들로부터 서점이 사라져 아쉽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아직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 다녀간 분들이 원당에서도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생겼다며 다시 찾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원당서적은 고양시의 대표적인 문화복합공간으로 자리매김한 한양문고 주엽점을 본떠 문화 불모지인 구도심에 문화 오아시스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키워가고 있다. 한양문고 주엽점은 강의실과 세미나룸, 갤러리 카페 등을 갖추고 철학, 문학, 음악, 영화 등 20여개 강좌와 독서모임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남윤숙 대표는 “수익성을 핑게로 원당에 하나뿐인 책방 문을 닫았다는 자괴감에 주민들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늘 무거웠다. 아직 매출규모가 임대료를 감당할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주민들과 함께 온라인 서점에서는 불가능한 마을문화 소통공간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역문화 지원사업에도 응모했고, 동네서점에 어울리는 문화 프로그램과 독서모임도 추진 중이다. 인구 105만명의 고양시에는 2016년 백석역 앞에 교보문고가 들어선 뒤 일산동구의 북코리아와 한양문고 마두점 등이 잇따라 폐업해 한때 47개에 이르던 지역서점이 지금은 29곳만 남아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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