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무암은 왜 구멍 숭숭 우는가/ 한날 한시에 그 여인네들 눈물 떨어져 구멍 파인 까닭이지/ 현무암은 왜 곰보 빡보로 앓는가/ 배고픈 아버지들 쓰러진 중산간 밤낮 모르고 총 맞은 흔적이지/현무암은 왜 비 개인 유채밭 사이로 검은 눈물 흘리는가/ 제주 사람들 가슴 가슴에 몰래 묻힌 까닭이지.”(기획자 서해성의 ‘현무암은 왜 구멍 숭숭 우는가’ 중)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한 사진전이 열린다. 한베평화재단(이사장 강우일 주교)과 천주교 제주교구 복음화실이 공동주최하고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가 후원하는 고경태 기록전 ‘한마을 이야기-퐁니·퐁넛’이 8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이도1동 아트스페이스·씨에서 열린다.
이 기록전은 고경태(<한겨레> 코인데스크코리아 대표)씨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일어난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19년 동안의 추적을 담고 있다. 한국군에 의한 퐁니·퐁넛마을에서의 학살로 민간인 74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다쳤다. 올해는 퐁니·퐁넛 마을을 포함해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 주둔지였던 꽝남성 여러 마을에서 일어난 학살사건 50년을 맞는 해다. 기록전은 꽝남성 민간인 학살 50주기를 기억하고 성찰하기 위해 서울을 시작으로 베트남전 파병의 출항지인 부산, 노근리 학살의 아픔을 가진 청주를 거쳐 4·3의 아픔을 가진 제주에 열리게 됐다.
이번 기록전을 기획한 기획자 서해성은 “제주는 조금 일찍 온 퐁니·퐁넛이었고, 거대한 퐁니·퐁넛이었다. 현무암은 이를 기억하는 제주 사람의 넋이자 초상”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에서는 국제관함식이 열린다. 제주4·3 70주년에 열리는 이 행사에는 미국의 항공모함이 처음으로 제주에 들어오고, 베트남을 포함한 14개국의 함정도 들어온다. 한베평화재단은 “‘평화의 섬’ 제주는 4·3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안고도 끝모를 군사주의로 인해 오히려 ‘평화를 잃은 섬’이 되고 있다. 베트남 퐁니·퐁넛 마을에 잇닿아 있는 제주4·3의 잃어버린 마을들, 강정과 성산으로 이어지는 ‘고통의 연대’는 기록전이 제주를 찾은 이유”라고 말했다.
전시기간 중 부대행사로 9일 오후 3시 천주교 제주교구 중앙성당에서 한베평화재단 이사장이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와 가수 홍순관이 함께하는 ‘똑똑 콘서트’도 있다. (02)2295-2016.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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