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사무실 밀집 건물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들이 촘촘히 설치돼 있다. jijae@hani.co.kr 김경호 기자
내년부터 서울 시내 모든 신축 건물은 에어컨 실외기를 외벽에 설치할 수 없게 된다.
서울시는 모든 신축 건물의 에어컨 실외기를 건물 내부나 옥상에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에어컨 실외기 설치방법 개선 대책’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8일 밝혔다. 그간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가 도시 미관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에어컨 실외기가 배출하는 열기와 소음, 응축수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에어컨 실외기가 햇빛에 많이 노출되거나 먼지가 쌓이면 화재 위험이 커지고, 지지대가 부실할 경우 아래로 떨어져 사고의 위험성도 높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이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건물 내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아파트를 제외한 일반 건축물의 경우엔 건물 외벽에도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할 수 있다. 따라서 시는 시·구의 건축 심의와 인허가 과정에서 실내 에어컨 실외기 설치 공간을 확보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실내 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 건물 옥상이나 지붕 등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경우엔 건너편 도로변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에 설치 공간을 마련하거나 가림막을 세워야 한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서울시의 개선된 에어컨 실외기 설치 방법이 시행되면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 발생한 통행 불편, 미관 저해, 낙하 사고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울러 에어컨 실외기가 태양에 직접 노출되지 않아 에어컨 냉방 능력이 향상되고 에너지 절감 효과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는 시 자체 규정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일반 건축물의 에어컨 실외기 건물 내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국토교통부에 건축물의 설비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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