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4월 소설가 황석영과 광주의 문화 활동가 등 10여명이 윤상원,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노래 굿 형식으로 만든 테이프(오정묵씨) 최초본. 박종화 감독 제공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5·18민주화운동 공식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았던 것은 이 노래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보훈처 위법 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 진상조사단은 11일 조사결과 중간 발표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2008년 기념식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지적이 있었고, 이듬해 2009년 행사부터 노래 제창이 공식 식순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시민군 대변인 고 윤상원과 들불야학 노동자 고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 두 달 뒤인 1982년 4월께 만들어져 민주화를 요구하는 현장에서 널리불려져 한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보훈처는 1997~2008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됐던 이 노래를 2009년부터 식전 행사 제창으로 바꿨다. 특히 2010년엔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기념식 식순에 편성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결국 보훈처는 2011년부터는 이 노래를 합창하는 형식으로 바꿨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 <한겨레> 자료 사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으로 바꾼 뒤에도 제창 효과를 막기 위한 대책도 치밀했다. 재발방지위는 “2011년 기념식 때 참석자들의 기립과 제창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첫 소절은 연주와 무용만, 둘째 소절은 합창 또는 전주 도입, 무용과 특수효과 등의 공연요소를 추가해 기립과 제창의 시점을 잡을 수 없게 진행하겠다’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보훈처는 재발방지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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