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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간직한 제주 ‘와흘 본향당’ 팽나무 쓰러지다

등록 2018-10-12 15:35수정 2018-10-13 10:51

수령 400~500년의 제주도 지정문화재 보호수 쓰러져
주민들의 무속신앙 중심지…해마다 당굿 열리는 ‘성소’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와흘 본향당’의 팽나무가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쓰러진 모습. 허호준 기자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와흘 본향당’의 팽나무가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쓰러진 모습. 허호준 기자
“팽나무가 쓰러졌어요?”

“역사가 깊은 거목인데…”

12일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 마을 무속신앙의 성소인 와흘본향당의 팽나무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 했다. 수령 400~500년으로 추정되는 제주 와흘 본향당 팽나무가 지난 6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쓰러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팽나무는 와흘리 주민들의 무속신앙의 ‘성소’나 다름없는 와흘 본향당의 상징이다. 와흘 본향당의 팽나무 2그루는 1982년 당시 북제주군의 보호수로 지정됐고, 2005년 4월에는 본향당과 팽나무가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도지정문화재인 ‘민속자료 9-3’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지 한 달도 안 돼 1그루가 부러졌다가 2014년 밑동이 썩어 고사했다. 그리고 이번에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남은 1그루 마저 완전히 쓰러진 것이다. 이 팽나무는 2009년 1월 무속 행위를 하다 불이 옮겨붙어 고사위기를 맞는 수난도 겪었다.

지난해 1월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와흘 본향당’의 팽나무 모습. 허호준 기자
지난해 1월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와흘 본향당’의 팽나무 모습. 허호준 기자
과거 제주사람들은 먼 길을 떠날 때나 외지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등 사소한 일까지 본향당신에게 찾아가 알리고, 무사히 이를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제주도내 각 마을에는 지금도 마을의 안녕과 개인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들이 많이 남아 있다.

와흘 본향당에서는 음력 1월14일 본향당신에게 신년하례를 드리는 굿인 ‘신과세제’를, 음력 7월14일에는 목축민들이 본향당신에게 감사의 뜻으로 제를 지내는 ’백중마불림제’ 등 1년에 2차례에 걸쳐 굿과 제를 지낸다.

12일 팽나무가 쓰러진 사실을 모르는 이 마을주민(76·여)은 “지난 음력 7월 백중마불림제 때도 갔다 왔는데 어떻게 쓰러졌는지 모르겠다. 동네사람들이 모여 안녕을 기원하는 성스러운 장소”라며 안타까워 했다. 이 주민은 “예전에는 본향당이 세서 말을 타고 오가는 사람들이 와흘 본향당 앞을 지날 때는 내려서 가곤 했다”고 말했다.

2008년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문화상징>에 실린 현명자씨가 찍은 ‘와흘 본향당’에서 치러지는 신과세굿 모습. 거대한 팽나무 앞에 다양한 제물이 차려져 있다.
2008년 제주도가 발간한 <제주문화상징>에 실린 현명자씨가 찍은 ‘와흘 본향당’에서 치러지는 신과세굿 모습. 거대한 팽나무 앞에 다양한 제물이 차려져 있다.
또다른 주민(77·여)은 “어릴 때는 일주일 동안 큰굿을 했었는데 나중에 사흘 동안 하는 굿으로 바뀌었고 이제는 하루 굿으로 바뀌었다. 이곳 주민만이 아니라 이곳 출신으로 타지에 나가 사는 사람들도 제일이 되면 찾아온다. 걷지 못하게 될 때까지 1년에 두 차례는 꼭 본향당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을 김송옥(80)씨는 “과거 제일이 가까워지면 집집이 장작 2개와 ‘검질’(잡풀)을 마을에 내면 제일에 제관들이 자리를 만들어 앉곤 했다. 제물 비용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구당 1만~2만원씩 내기도 했다”며 팽나무가 쓰러진 데 대해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팽나무가 쓰러지더라도 본향당은 있기 때문에 1년에 2차례 제를 지내는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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