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영산고 학생들이 아침 주먹밥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영산고 제공
“사랑합니다.”
접시를 받아든 아이들이 배식자를 향해 인사를 건넨다. 접시에는 밥과 김, 간장과 깨소금, 계란 부침 등이 담겨 있다. 테이블에 앉은 아이들이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은 뒤 밥을 먹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 얼굴에서 뿌듯한 미소가 번진다. 17일 오전 7시30분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영산고(옛 성심보건고) 조리실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조리실에 마주선 배식자와 아이들은 사제지간이다. 영산고 교사들은 지난달 3일부터 끼니를 거르고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아침을 지어준다. 하루 전 백용규 교장과 교감, 부장교사들이 100명분의 쌀을 씻어 안쳐두면, 아침 6시 경비 직원이 밥솥 버튼을 눌러 조리를 시작한다. 백 교장이 아침 6시45분께 데워진 밥을 점검하고 교사들은 5~6명씩 번갈아 반찬을 준비한다. 김과 김치, 데워먹을 수 있는 간단한 반찬이 대부분이지만 볶음밥을 만들거나 돼지고기를 구워주기도 한다. 이날도 교사 3명이 새벽부터 계란을 부쳤다.
쌀과 반찬은 후원자들의 기부로 충당한다. 20㎏짜리 쌀 20포대와 돼지고기 100㎏을 기부한 독지가도 있다. 재단 관계자와 교사, 학부모들도 형편에 맞게 기부를 하고 조리·설겆이 봉사를 한다.
지난 1일 아침 부산 영산고 조리실에서 교사들이 그룻에 직접 지은 밥과 반찬을 담아주고 있다. 영산고 제공
이렇게 스승이 만들어준 아침밥을 먹는 아이들은 하루 평균 50명. 전교생 480여명의 작은 학교에서는 적지 않은 규모다. 등교는 오전 8시30분까지 하면 되지만 학교에서 주는 아침밥을 먹으려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아이들도 있다. 2학년 박성현군은 “선생님들이 지은 아침밥을 먹는 아이들이 전국에 얼마나 될지 생각하면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부산 영산고 조리실에서 학생들이 교사들이 마련한 아침밥을 먹고 있다. 영산고 제공
백 교장은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후원이 계속 들어와 반찬 가짓수가 늘었다. 우리 조상들이 밥상머리 교육을 중요하게 여긴 것처럼 아침밥을 주면서 식사예절과 학교생활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영산고는 학생들의 건강과 인성교육을 위해 여건이 허락하는 한 아침밥을 꾸준히 제공할 계획이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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