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5·18민주광장에서 열리는 광주퀴어문화축제를 알리는 홍보물.
5·18민주화운동의 상징 공간인 광주광역시 5·18민주광장에서 성소수자들이 참여하는 퀴어축제가 처음으로 열린다. 그러나 대형교회 중심의 보수적 개신교계가 축제를 반대하고, 시민단체들은 소수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비판해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광주퀴어문화축제 운영조직위원회는 21일 오후 1시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를 연다. ‘광주, 무지개로 발광(光)하다’라는 슬로건으로 펼쳐지는 이날 문화축제엔 성소수자와 가족,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광주에서 퀴어축제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개신교단 일부가 축제 승인을 취소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시기독교교단협의회는 18일 광주시 의회 브리풍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동성애자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것도 반대한다. 하지만 동성애자들의 퀴어축제가 민주화 성지인 5·18 광장에서 여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광주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이 참여하는 ‘혐오문화대응 네트워크’는 18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과 배제의 고통을 아는 광주야말로 모든 소수자를 아우르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퀴어축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광주 퀴어축제는 공존의 상징이 돼야 한다. 다양성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생명”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월 영국 런던의 대표적 성소수자 축제인 프라이드 런던 홍보대에 후원한 기업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시민활동가 이민철씨 사회적관계망 사진 갈무리
개혁 성향의 기독교계 인사들도 퀴어축제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장헌권 광주 기독교교회협의회(NCC) 인권위원장은 “동성애 자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혐오 대상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5·18민주광장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균 나주 고막원교회 목사도 “성 소수자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는 게 기독교인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런 이견에 따라 찬반 양쪽의 충돌이 벌어지지 않도록 행사 전날 5·18민주광장에 25m짜리 완충벽을 설치할 방침이다. 지난 6월 열린 대구 퀴어축제에선 퍼레이드가 반대자들에 의해 저지됐고, 지난달 인천 퀴어축제도 기독교단체 회원들의 반대 집회로 사실상 무산됐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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