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30m 굴봉산 꼭대기 부근에 펼쳐진 ‘문경 돌리네습지’에 수달, 담비, 삵, 원앙, 꼬리진달래, 쥐방울덩굴, 낙지다리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경시 제공
산꼭대기에 자리잡은 ‘문경 돌리네습지’가 세계적인 생태관광 메카로 발돋움한다. ‘돌리네’는 석회암지대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 지하수 등에 용해되면서 형성된 접시모양의 웅덩이를 뜻한다. 습지는 강가, 시냇가 주변이나 해안가에 형성되는게 보통인데 산 정상 부근의 습지는 매우 드물다.
문경시는 22일 “산북면 우곡리 굴봉산 정상 부분에 펼쳐진 돌리네 습지 49만4000여㎡에 254억원을 들여 오는 2023년까지 농경지 매입, 훼손지 복원, 진입로와 주차장 조성, 습지탐방지원센터 건립 등의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습지는 굴봉산 정상부근인 해발 230m∼250m에 형성돼있다. 인근 하천보다 고도가 120m 높다. 일반적으로 산 정상부근에서는 빗물이나 지하수가 빨리 빠져나가 습지가 잘 형성되지 않지만 이곳에서는 석회암이 빗물에 용해되고 남은 점토질과 광물이 계속 쌓여 물이 잘 빠지지 않은 탓에 웅덩이에 물이 고이면서 습지가 이뤄졌다. 류현욱 문경시 환경보호과 주무관은 “산 정상에 습지가 형성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문경돌리네가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경돌리네 습지에는 수달, 담비, 삵, 붉은배새매, 새매, 구렁이 등 멸종위기종은 물론 쥐방울덩굴, 꼬리진달래, 낙지다리 등 희귀 야생 동·식물 731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하늘다람쥐와 원앙 등 멸종위기종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문경시는 길이 3.2㎞의 습지둘레길 조성을 지난 11일 끝냈다. 곳곳에 쉼터와 전망대 등을 꾸며놔 2시간30분이면 습지를 걸어서 둘러볼수 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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